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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

처음부터 예정된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

 


오랫만에 만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시트콤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붕뚫고 하이킥이 2010년 3월 1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트콤답게 마지막의 결말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고 방송관계자측은 극도의 보안을 위해 마지막 회 1주일 전부터는 당일 해당 연기자들에게만 대본을 건내줄 정도로 철통보안을 펼쳤다고 합니다.

이런 철통보안에 힘입어 해피엔딩, 세드엔딩의 수만가지 추측들이 인터넷에 떠돌았지만 세드엔딩을 점친 사람들도 하이킥의 결말을 예측하신 분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결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종영을 한뒤 인터넷은 세드엔딩을 넘어 호러엔딩이란 표현으로 불릴만큼 비극적 결말의 마지막 장면때문에 주연배우 신세경씨의 귀신설이 확산되고, 담당PD의 이력까지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지붕뚫고 하이킥 김병욱PD의 10년전 작품 "순풍산부인과" 의 엔딩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 호러엔딩은 급조된 장면이 아닌 제작 초기부터 예고된 엔딩었습니다.

김병욱PD는 처음부터 세드엔딩을 생각하고 지붕뚫고 하이킥을 만들었다는 흔적이 보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미디어들은 모든 내용을 함축하여 하나의 그림으로 그 작품을 설명합니다.


그럼 지붕뚫고 하이킥의 포스터를 한번 살펴 봅시다.





지붕뚫고 하이킥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친근함을 느낄 사진입니다. 사진의 인물배치를 보면 나이나 배역의 중요도를 적절이 안배한 가운데 왼쪽과 오른쪽은 커플을 배치 시켰습니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사진을 6등분으로 나눴습니다.

1번은 2번과 결혼으로 맺어진 확실한 커플입니다.

3번과 4번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공식 커플입니다.(이지훈 역의 다니엘 최씨는 황정음과 공식커플이었고 마지막은 신세경과 함께 했죠.. 이지훈이 안고 있는 정해리는 그냥 애교.^^)

5번과 6번은 각각 3번과 4번에 위치한 사람을 좋아하는 짝사랑 부대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억지로 짜집기를 한거지만 대충 포스터에 일정한 법칙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그럼 이제 엔딩을 예고했던 포스터를 한번 살펴 봅시다.






하이킥 방영초기엔 이런 포스터가 많이 보였습니다.

이 포스터를 보면 여러분들은 뭐가 느껴지세요.?

언듯 봐도 상큼발랄함의 시트콤에 어울리지 않는 섬뜻함이 느껴집니다.


배우들의 표정이 모두 무뚜뚝하며 호러영화에서 사용될 흑백의 사용과 하이킥이란 글자엔 납량특집에서 사용될 법 한 글씨체와 색상이 사용 되었습니다.


이건 저만 느낀 감정인가요.?


하지만 마지막 회를 보고 난 뒤에 저 포스터가 암시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컬러로 표현된 사람들에겐 .. 그리고 흑백으로 처리된 사람들에겐 세드엔딩이 적용 되었습니다.


이지훈역의 다니엘 최씨와 신세경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들을 사랑했던 황정음과 준혁학생도 자연스럽게 세드엔딩의 적용을 받습니다.

신애와 해리를 보면 신애의 경우는 언니의 죽음과 해리는 신애와의 이별, 줄리엔의 경우는 세경을 짝사랑 하는 것처럼 묘사 되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룸 메이트들과의 이별을 합니다.

또한 준혁학생의 친구인 강세호는 짝사랑하는 황정음과 이어지지 못했고, 유인나와 광수 커플은 한쪽은 성공한 가수와 한쪽은 책방 알바로 6개월간 헤어지는 이별을 경험합니다.

이쯤 되면 흑백으로 표현된 모든 사람에게 세드엔딩이 적용 되었다는 것이 어느정도 근거가 있지 않습니까.?



반대로 컬러처리 된 4인을 살펴보면

이순재의 경우는 사랑하는 김자옥과 결혼으로 남은여생 행복한 일만 남았습니다. 김자옥 역시 현경에게 결혼초기엔 인정받지 못했지만 결국은 "엄마" 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로 모든 것이 잘 풀렸고 이순재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암시가 되었습니다.

정보석, 오현경 커플 역시 정보석은 몇년뒤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다는 암시가 있었고 늘 실수투성이였지만 마지막엔 장인 이순재에게 인정받고 1년뒤 회사를 물려 받는다는 설정이었고 오현경 역시 늘 무력하던 남편의 발전되는 모습에 행복해 하는 모습이 TV에서 보인 가장 마지막 장면입니다.


컬러 처리된 4인중 이순재, 오현경의 경우는 자신의 아들과 동생인 이지훈을 교통 사고로 잃었지만 그런 암울한 부분 보단 밝은 모습을 마지막까지 보여줬기 때문에 그들에겐 해피엔딩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억지 일지 모르겠지만 포스터에서 색상으로 제작초기부터 마지막을 구상 했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 이런 기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고 제가 기억하는 유사한 장면으로는 2007년 개봉되 많은 관심을 받은 영화 "화려한 휴가" 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광주민주화 운동에 광주시민들의 생생한 모습을 묘사해 정말 재미 있게 봤던 영화이지만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하이킥의 포스터와 비슷한 사진 한장이 있습니다.






화려한 휴가의 엔딩장면입니다. 김상경씨와 이요원의 결혼식을 표현한 사진이지만 이상하게 모두가 웃고 있는 가운데 이요원씨 혼자만 무뚜뚝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서 웃고있는 모든 사람들은 광주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무뚜뚝한 이요원씨는 홀로 살아남아 죽은 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런 것을 표현한 엔딩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휴가의 엔딩기법을 순서가 바뀌었을 뿐 하이킥에서도 포스터를 통해 이미 화려한 휴가의 방식으로 진행 될 것을 암시 했다고 봅니다. 화려한 휴가의 경우는 영화 끝부분의 사진 한장으로 삶과 죽음을 표현했고 지붕뚫고 하이킥의 경우는 제작 초기부터 포스터를 통해 세드엔딩을 암시 했다는 추측이 되는군요.


지붕뚫고 하이킥을 너무 즐겨봤던 애청자라 그런지 종영이 된 지금도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다음부터 영화나 드라마를 예상할때 포스터를 보고 예상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