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관련글

한국과 터키의 가장 아름다웠던 월드컵 이야기

 


뜨거웠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이제 종반에 이르렀습니다.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업적을 달성했지만 8강 진출에 실패한 이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네요.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때쯤 예전의 화려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을 생각하다가 우연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월드컵 경기' 라고 생각되는 한국과 터키의 2002년 3/4위전 경기가 떠올랐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의 흥분과 아쉬움을 2002년 이야기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 터키와의 우정이 지속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추천 많이 눌러주세요^^


▲ 2002년 4강 신화를 알리는 홍명보선수의 승부차기 직후 모습


2002년 월드컵은 대한민국의 돌풍이 세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지만 당시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단독 주연이 아닌 터키와의 공동 주연의 무대였습니다.

작년까지 FC서울의 감독을 맡으셨던 명장 귀네슈 감독의 지도아래 터키는 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무려 48년 만에 다시 한번 월드컵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터키에서는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었고 조편성이 끝난 이후 자신들의 경기가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조별예선이 이뤄진다는 사실에 무척 환호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별예선에서 가장 험난했던 상대인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의 경기에 앞서 경기를 맡는 주심이 다름아닌 대한민국 주심이란 사실에 터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터키가 한국에서 경기를 하고, 한국 주심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한 브라질전 주심으로 배정 되었을때 이렇게 기뻐했을까요? 

바로 터키에서 보는 대한민국은 남이 아닌 피를 나눈 형제의 국가였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경기를 펼칠 한국은 터키에게 우호적일 것이며, 자신들의 경기에 형제국가인 한국인이 주심을 하면 최소한 강팀 밀어주기의 편파판정에서 자신들이 피해를 당하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월드컵 개최에 앞서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터키를 6.25 참전국으로 우리가 어려울때 힘이되어준 고마운 나라라는 홍보가 되어 다른 나라들 보다 더욱 우호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터키에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첫 경기를 강호 브라질과 경기를 하게 됩니다. 이때 주심은 이미 배정된 한국인 주심이었죠. 터키는 한국인 주심과 한국 관중들이란 든든한 지원군 속에 이변을 연출하겠다는 다짐으로 경기에 임했고 경기는 예상을 뒤 엎는 터키의 선전속에 전반을 1:0으로 브라질에 리드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후반 초반에 동점골을 허용하고 경기가 무승부로 종료될 때쯤, 결국 대형사고가 터졌습니다.

월드컵은 대부분 흥행을 위해 강팀이나 주최국에게 유리한 판정이 있습니다. 터키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브라질에 우호적인 판정을 걱정했지만 주심이 형제국가인 한국인이란 사실에 이런 브라질 우호판정의 걱정에서 해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날때쯤 갑자기 히바우두 선수의 헐리웃 액션에 속아서 월드컵 오심역사에 남을 결정적 오심으로 터키 선수를 퇴장시키며 결국 터키는 브라질에게 역전패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터키는 다잡은 대어 브라질을 한국심판의 오심으로 눈 앞에서 놓치자 한국에게 큰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호적이던 터키언론은 대한민국에게 더이상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코너킥을 차라고 터키 선수가 건내준 볼이 히바우두 무릎에 맞자 마치 얼굴에 큰 가격을 당한듯 오바하는 헐리웃액션으로 터키 선수를 퇴장당하며 이 모습은 월드컵 최고의 오심중 하나로 기록 되었습니다. 히바우두랑 한국인 주심은 이후 큰 벌금을 냈다고 하네요


첫 경기 패배 이후 두 번째 경기는 16강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코스타리카였습니다. 1패의 터키는 중국에게 1승을 거둔 코스타리카에 승리를 거둬야 16강 진출에 유리한 입장이 있었지만 결국 이 경기에서도 1:1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1무 1패로 코스타리카에 이어 조 3위로 처진 터키는 결국 최종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대량득점으로 이기고 브라질이 코스타리카를 잡아줘야 하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경기인 중국은 비록 전력은 약체라고 하지만 사실상 홈경기나 다름없는 중국에게 터키가 대량득점으로 승리하리란 장담은 없었습니다. 경기직전 무득점 2연패 중이던 중국은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서 터키전엔 수만명의 중국인이 경기장을 찾고, 표를 구하지 못한 중국인들은 경기장을 인해전술로 에워싸며 경기장을 모두 중국으로 물들인다는 대규모 응원전을 예고했습니다.


터키입장에서는 당초 예상했던 형제국가 어드벤티지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는 실망감과 16강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홈팀이나 다름없는 중국전이 마냥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조별 마지막 경기 터키vs중국과 같은 시간 브라질vs코스타리카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상암경기장에 들어선 터키선수들은 순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1~2만명의 중국응원단이 입장할꺼란 예상에 긴장을 했지만 중국인을 제외한 4~5만의 한국인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터키를 응원해줬습니다.



http://www.huangta.co.kr/ot/1702wc/worldcup4.htm  
http://koreasportsmassage.co.kr/activity/activity_list.php?idx=13&mode=view 
▲ 터키와 중국의 경기가 벌어진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모습, 경기장 대부분이 터키를 응원하는 한국인들로 넘쳐났습니다.


경기내내 "짜이요~~" 라는 중국의 응원소리는 들리지 않고 터키에 환호하고 응원해주는 한국인들의 함성소리에 터키선수들은 감동을 받고, 더욱 힘을내서 3:0 완승을 거두며 같은 시간 브라질에 패한 코스타리카를 골 득실에서 앞서서 16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우리는 변화를 겪습니다.

결국 사상 첫 월드컵 진출에서 3경기 무득점 전패를 기록한 중국은 축구에 대한 분노를 한국으로 돌렸습니다. 모든 한국인들이 같은 아시아팀인 중국이 아닌 유럽팀인 터키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며 느낀 배신감은 한국축구의 비판으로 이어지며 2002년 대한민국의 위업을 펌하하는데 가장 앞장서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이후 우리는 잃을뻔 했던 형제의 국가인 터키를 다시 얻었습니다.

브라질전 이후 한국에 실망했던 터키는 상암에서 보여준 한국인들의 성원에 감동하여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을때 우호적인 반응보다 더더욱 한국에 대한 우호적으로 변합니다.

16강전을 위해 잠시 일본으로 가서 일본을 누르고 8강에 진출하며 8강에서는 돌풍의 팀 세네갈을 물리치고 4강에 진출합니다. 4강은 조별예선의 악연이 있는 브라질과의 리턴매치가 이어졌는데 브라질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국 1:0으로 분패를 하며 한국과 같은 3/4위 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3/4위전의 장소는 대구월드컵경기장으로 터키는 다시한번 한국의 땅을 밟습니다. 다시한번 한국을 찾은 터키선수단은 '형제의 국가를 다시 찾아 영광이다' 라는 말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갔고 대구에서는 3/4위전 경기가 펼쳐집니다.

당시 월드컵 3/4위전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어서 주력선수를 제외하는 단순한 이벤트 매치라는 인식으로 3/4위전 폐지론까지 거론 될 정도로 무의미하단 의견이 있었지만 2002년 한국과 터키전 이후 3/4위전 폐지론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어느 결승전에서도 볼 수 없던 '세계에서 가장 감동적인 경기'가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경기장을 찾은 6~7만명의 관중 대부분은 한국인으로 애초에 응원전에서 터키는 홈팀인 한국의 적수가 되지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습니다.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선 터키 선수들과 터키TV의 중계진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터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세계에서 가장 큰 터키 국기를 자신들이 상대할 대한민국 관중들이 펼치며 터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한국인들 손에는 무려 5만개에 이르는 터키 국기가 들려있었고 경기에 앞서 터키 국기가 흐를땐 모든 한국인들이 아낌없는 존경과 감사를 표해줬습니다.


이미지출처 : http://blog.naver.com/dptmfwh/100108572406 
▲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4위전 모습입니다. 


이런 한국인들의 모습을 본 터키인들은 감동의 수준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호적인 관중들과 달리 경기는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미듬직했던 홍명보 선수의 축구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실수를 터키는 놓치지 않고 월드컵 사상 가장 빠른 득점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이을용 선수의 멋진 프리킥과 터키의 추가골, 경기종료직전 송종국의 슛팅이 차두리선수에 맞고 들어가는등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는 3:2 펠레스코어로 경기는 마감합니다.

여기서 또 한번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됩니다.



▲ 경기가 끝나자 함께 어깨동무를 하는 한국과 터키선수들의 감동적인 모습 귀네슈 감독님은 태극기 실수를...ㅎㅎ

경기가 끝나자 터키감독인 귀네슈는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로 달려갑니다. 터키 선수들 역시 한국 선수들과 유니폼을 바꿔입고 터키 선수는 태극기를, 한국 선수는 터키 국기를 들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관중들은 다시 한번 세계에서 가장 큰 터키 국기를 흔들며 아름다운 모습에 호응을 보냈고, 이런 감동적인 모습은 모든 외신들에게 큰 찬사를 받았고 당사자인 터키에서는 유례없는 한국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이런 한국을 위해서는 우리는 다시 한번 피를 흘릴 각오가 되었다'.  '터키는 1천명의 용사를 잃었지만 5천만의 한국인을 얻었다' 라며, 한국을 향한 할 수 있는 모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터키는 한국전쟁에서 약 1만 5천여명의 전투병을 파견해서 1천여명의 전사자와 2~3천명의 부상자를 냈습니다. 그리고 터키는 한국을 제외한 유엔군중 가장 용맹하게 싸웠고, 전투뿐 아니라 전후 한국을 위해 위급한 전시상황에서도 한국의 교육과 고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다시한번 한국이 위험에 처하면 주저 없이 한국을 위해 피를 흘릴 각오가 되어있다는 뜻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습니다.)


이후 터키엔 한국의 돌풍이 불어서 터키에 있는 한국인들은 모두 귀빈 대접을 받으며 일부 다른 아시아인들은 자신들도 한국인으로 위장해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합니다.(월드컵 직후 터키식당에선 한국인에게 돈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무한의 서비스가 제공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일부 최고급 리조트에선 예약이 꽉 차도 한국인에 한해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리조트를 제공한다는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환대에 한국에서는 터키에 대한 여행자가 급증했고, 터키를 찾는 한국인이 늘어나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합니다.

터키로 베낭여행을 떠난 한국인이 실종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뿐 아니라 터키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고, 터키는 국가 차원에서 실종 한국인을 찾기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국영TV에서는 황금시간대에 특집방송을 편성해 실종한국인을 찾기 위한 노력을했고, 터키 정부에서 실종한국인의 가족들을 초청해 각종 단체와 함께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cafe.daum.net/yuray
▲ TGRT방송국의 생방송 실종자 찾기 프로그램에 출연중인 가족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지만 결국 실종한국인은 숨진체 발견되었고, 터키정부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갈때 국제 공항에 큰 조의를 걸어주며 국가적으로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보였다고 합니다.

위의 모든 내용은 8년전 제가 정말 감명받으며 읽었던 기사의 내용들을 떠올리며 쓰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표현이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흐름은 거의 정확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터키는 한국에 있어서 형제의 나라로 국가적 관계나, 웹 상에서도 상당히 우호적입니다.(터키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상당수를 한국업체가 따냈습니다. 또한 웹 상에서 한국에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언제나 비난을 하는 중국이나 일본네티즌들과 달리 터키인들은 항상 형제의 국가라며 한국에 전폭적 지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일부에선 터키는 일본등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게 형제의 국가로 부른다는 비아냥이 있지만 엄마가 나 아닌 형이나 동생에게 잘 해준다고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왜곡 되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형제의 나라로 부른다고 해서 터키에게 한국은 더욱 특별한 피를 나눈 형제의 국가임은 변치 않은 사실입니다. 또한 한국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것도 사실입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을 응원했던 터키인들, 그리고 2002년을 잊지 못한다는 방한중인 터키 대통령인터뷰



▲  터키 대통령의 한국 우호 발언이후 터키에 12조원 규모의 원전을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밖에 몇몇 대규모 터키 국책사업에서 한국은 예상을 뒤 엎고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우호적이긴 했지만 서로에 무관심했던 한국과 터키,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멀리 떨어진 나라가 이렇게 서로가 신뢰 하는 관계가 될 수 있었던 2002년 3/4위전은 가장 아름다운 경기가 아니었을까요?

터키는 1천명의 용사를 잃고 5천만의 한국인을 얻었다면, 한국은 월드컵 3위 자리를 내 주고  7천만의 터키인을 얻었습니다.



- 다음은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4위전 경기가 끝난 이후 터키 선수들의 인터뷰 중 일부 입니다. -


▲ 경기직후 투가이 선수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투가이 : 나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아이의 눈에 담아주고 싶었습니다

스쿠르 : 나뿐 아니라 터키 모든 선수들이 한국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건 절대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벨로 조글루 : 이런 큰 대회의 중요한 경기에서 상대홈의 관중들에게 응원을 받는 일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만시즈  : 우리는 후반전을 위해 라커룸을 나올때 더이상 단순한 스포츠가 아님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터키국민 : 차라리 결승전에 진출 하지 않은 것이 더 좋았다.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에 월드컵 우승보다 더 한 것을 얻었고 우승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
.
.

그리고 외신들은 이번 경기를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기로 선정했습니다.



 <- 터키와의 우정이 지속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추천 많이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