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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

쇼트트랙과 비교되는 양궁 연맹

 

 

-여자 계주 준결승, 캡처-

 

 

쇼트트랙은 우리나라가 동계올림픽의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겨울 스포츠 최고의 효자종목입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던 대한민국은 1992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그 대회에서 김기훈이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의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고, 5,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사상 첫 다관왕에 올랐습니다.

 

이후 전이경은 올림픽 금메달을 4개나 따내는 위엄을 보이는 등 우리나라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24개 중 무려 19개를 쇼트트랙 한 종목에서 따냈습니다.(2014 2.16 기준)

 

이런 쇼트트랙에 위기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빙상연맹의 파벌이 빅토르 안(안현수)의 소치올림픽 남자 1,000 금메달 획득과 함께 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집중 재조명 되며 빙상연맹은 국민들의 거센 질타를 받아 급기야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 안현수 금메달 직후 빙상연맹 홈페이지 마비관련 기사 캡처-

 

 

우리나라 사회가 앉고 있는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학연과 지연이라고 하는 라인으로 만들어지는 인사입니다. 실력이 아니라 고향이 어디고 출신학교가 어디냐가 한 사람의 앞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에서는 이런 라인을 "파벌" 이라고 말하며 스포츠계 파벌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2002년 축구 대표팀을 맡은 히딩크 감독이 선수 선발은 학연, 지연이 아닌 자신의 축구 철학에 어울리며 철저한 실력 위주의 선발을 하겠다는 발언을 하며 언론이나 스포츠 팬들이 우리나라 스포츠 파벌에 대해 크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전 종목에 걸쳐 파벌을 질타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이 지나며 여론은 잠잠해졌습니다. 이때 가장 크게 비난받던 종목으로는 대표적인 게 태권도, 유도와 함께 쇼트트랙(빙상연맹)이 포함되었습니다.

 

태권도는 용인대 출신과 비 용인대 출신으로 항상 경쟁했고, 유도에서는 지금의 안현수와 비슷한 처지인 추성훈이 생겼습니다. 태권도와 유도, 그리고 빙상연맹의 파벌은 심각한 수준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별다른 개혁이 없던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오로지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싸움을 해도 올림픽에서 무더기 금메달을 따내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기에 여론에 비난도 받지 않았으며, 개혁의 요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안현수가 빅토르 안이 되어 러시아로 귀화하고, 쇼트트랙 메달 전망이 어두워지자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안현수가 빙상연맹 때문에 귀화 한 거 아니냐?" 라는 돌직구를 날릴 만큼 정치권 압박이 시작되었고, 소치에서 한국 쇼트트랙이 부진을 거듭하고 빅토르 안의 선전소식이 들리자 결국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소치 올림픽 홈페이지 화면 캡처-

 

 

쇼트트랙의 파벌은 한국체육대(한체대) 소속과 비 한체대 소속으로 나뉩니다. 이 둘은 서로에게 견원지간, 철천지원수로 서로에 대한 견제가 심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라이벌인 중국 선수에게 지는 것은 인정하지만 서로 다른 파벌 선수에게 지는 것은 용납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로에 대한 차별은 심했습니다.

 

안현수 선수 역시 빙상연맹에서 특정 선수 밀어주기의 피해자였습니다. 군대 문제와 관련돼서 빙상연맹이 지정해주는 선수에게 올림픽 메달을 따게 해주라는 압박이 왔고, 다른 선수들은 일부러 경기 도중 실격을 당하는 등의 선수 밀어주기에 동참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따르지 않은 안현수는 빙상연맹에서 철저하게 따돌리며 결국 한국에서는 더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어 러시아로 귀화하게 되었습니다.(러시아 귀화 역시 이중국적이 허용되지 않는 러시아 사정을 모르는 빙상연맹의 무지로 안현수 선수는 영문도 모른 체, 한국 국적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고여있던 문제가 드디어 폭발하며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남자 쇼트트랙 사상 첫 노골드가 아니겠느냔 불길한 예상을 하기에 이르렀고, 대회 8일 차 까지 노골드가 아닌 노메달의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밴쿠버 올림픽까지 쇼트트랙이 따낸 금메달은 총 19개라고 했습니다. 동계올림픽엔 쇼트트랙이 있다면 하계올림픽엔 양궁이라고 하는 효자 종목이 있는데 런던 올림픽까지 양궁에서 따낸 금메달도 19개입니다. 둘은 같은 금메달을 획득했고 해당 종목 최강의 자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암울한 쇼트트랙과 달리 양궁은 앞으로도 계속 초 강세를 이어갈 거란 장밋빛 전망이 있습니다.

 

쇼트트랙은 출신 성분이라는 파벌로 대표팀 선발을 한다면 양궁은 철저한 실력 위주의 선수 선발을 합니다. 한국 대표가 되기 위해서 특정 학교에 입학해서 특정인에게 잘 보여서 주변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그런 대표선수가 아니라 소속팀이 어디든 오로지 실력만 좋으면 누구나 양궁 국가대표가 될 수 있습니다.

 

 

<- 추천을 통해 양궁연맹을 칭찬해주세요^^

 

스포츠 파벌이야기가 나올 때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할 단체로 "양궁 협회"를 꼽았는데 그 이유는 국가대표 선발을 무려 10개월이란 장기간에 걸쳐 실시합니다. 최근 1년간 양궁 랭킹 1~100위까지 선수를 대상으로 10개월간 총 7차 선발전을 갖는데, 랭킹 100위권 이내의 선수는 모두가 공평하게 실력이나 그날 컨디션을 포함한 성적으로 누구나 대표팀이 될 기회가 있습니다.

 

 

 

-런던 올림픽 화면 캡처-

 

 

양궁은 경기 중 조금의 실수라도 치명적이고, 날씨나 기타 변수가 많아 멘탈이 강해야 하는데, 한국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 랭킹 1위라고 해도 10개월간 7차례 치르는 평가전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표팀이 될 수 없고, 이런 선발과정을 통과한 새로운 양궁 대표선수는 어느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정신력과 실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런 양궁 연맹의 운영으로 대한민국 양궁은 해외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서 배당이 가장 낮은 종목이 되며, 모든 스포츠 통틀어 가장 가장 압도적 기량을 가진 종목이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스포츠 베팅 업체에 따르면 한국 양궁의 배당률이 거의 최저 수준입니다. 배당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높다는 뜻입니다) 세계 양궁 연맹에서는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자주 올림픽 규정을 바꿔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선수가 독주하지 않을까는 세계 양궁 연맹의 고민이었고, 특정 국가의 일방적인 독주에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 후보에 오르는 위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양궁에 배정된 금메달 4개 중 3개를 따냈고 나머지 하나는 동메달을 획득하며 전 종목 메달이라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양궁대표팀이 이렇게 지속해서 승승장구 할 수 있던 이유를 위기에 처한 빙상연맹은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더는 국내 파벌로 또 하나의 아키야마 요시히로(추성훈), 빅토르 안(안현수)가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