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관련글

방송국이 축구 불법 베팅을 부추긴다.

 

 

2011년, K리그 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승부조작이 현실로 드러나며 수많은 선수들이 영구제명되고 몇몇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결말이 나왔습니다. 승부조작은 불법 스포츠 베팅 업체가 경기에 개입해서 미리 결과를 예측하여 거액의 베팅금을 챙기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1년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야구와 배구, 농구 등 이른바 4대 프로스포츠에서 대대적인 승부조작 색출과 함께 불법 베팅 업체를 관리 하기 시작했습니다. 승부조작 광풍이 분 지 3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승부조작이나 불법 베팅 업체가 사라졌을까요?

 

오늘은 방송국과 프로축구연맹에 쓴소리 좀 하겠습니다.

 

프로축구나 AFC 챔피언스리그가 있는 날, 상당수의 축구팬은 불법 베팅에 노출되었습니다. 4월 22일(화) ~ 23일(수) 양일간 2014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 K리그 4개 팀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최근 아시아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위상은 급격히 늘어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챔피언스리그에 막대한 관심을 쏟았습니다.

 

K리그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근 다섯 번 연속 결승진출팀을 배출하며 아시아 최강의 리그로 군림했고, 특히 전북현대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효과를 체험하고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지로 K리그 최강팀이란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결승전에 오른 FC서울의 경우는 결승전에서 광저우에서 1만 명이 넘는 응원단이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았고, 결승전 시청자는 수억 명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처럼 돈이 되고, 기업 홍보가 되고, 권위를 가져올 수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에 대해 우리나라 방송국은 너무 무성의하고, 프로축구연맹은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이미지 : 포항스틸러스 홈페이지-

 

 

2014 AFC 예선 마지막 4경기에서는 전북과 포항, 서울의 홈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TV에서 이 경기를 볼 수 없었습니다. 원정 경기는 고사하고 홈 경기조차 TV 중계가 없었고, 인터넷 실시간 방송국인 아프리카TV를 통해 외국 방송을 따오거나 일부 유료 케이블 TV 방송의 영상으로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있는 경기를 외국방송을 통해 봐야 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이런 방송은 상당수가 "사설 베팅 업체"를 위한 방송입니다. 방송 화면엔 사설 베팅과 관련된 카톡 아이디가 적혀있고, 축구 중계 도중 방송을 틀어주는 BJ는 베팅업체 홍보를 합니다.

 

 

<- 공감하시는 분은 클릭해주세요.

 

국내 축구팬들은 경기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아프리카 방송뿐이라 아프리카를 시청하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불법 베팅에 노출되게 됩니다.

 

 

 

 

22일(화) 제가 전북과 울산경기를 아프리카로 시청하는 모습입니다. 전북은 홈 경기임에도 국내 방송국 어디에서도 중계를 하지않았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화면에 베팅업체 카톡 아이디가 크게 나와 있고(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방송 중간중간에 베팅 관련 멘트가 나옵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채팅창입니다.

 

 

 

 

 

채팅창은 경기 내용을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에 베팅했고, 수익은 어느 정도냐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이디나 불법 베팅 관련 내용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하게 축구를 즐기던 축구팬은 불법 베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방송국에서 축구 중계만 해줬다면, 불법 베팅에 관심 없던 사람은 아프리카 방송을 시청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방송국은 시청률 이야기를 하면서 축구 중계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것입니다. 시청률에 관해서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란 논쟁이 생기게 됩니다.

 

이상하리만치 방송국들은 국가대표에 관해서는 자신들이 최고의 축구 방송이라고 떠들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국가대표 경기 중계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지난 월드컵 경우는 국내 방송사끼리 베팅이 붙어 엄청난 중계료를 지급하며 방송권을 따와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축구 중계권을 따려고 방송국들이 노력하는 것을 볼 때 프로축구 팬들은 K리그를 그렇게 노력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합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중계권을 서로 차지하려고 공중파 방송국 끼리 논쟁이 많았습니다-

 

반면 프로축구는 언론에서 너무 무관심합니다. 똑같은 1만명이 와도 야구장에서 관중 1만명이 들면 구름 관중이 들었다고 칭찬하고, 축구장에서 1만 3천 관중이 들면 인기 없는 K리그의 심각한 우려라는 보도를 합니다. K리그의 긍정적인 소식이 있으면 단신 처리하거나 보도조차 하지 않지만, 모처럼 프로축구 이야기를 할 때면 뭔가 나쁜 소식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축구장 1만 3천 명은 관중 없어 심각한 것이고, 야구장 1만 명은 구름 관중이란 보도를 하는 언론 관련 포스팅 : http://paangel.tistory.com/534)

 

 

일반시민들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에 노출되어 프로축구는 늘 관중도 없고(사실 그렇게 적은 관중도 아니었지만) 말썽만 부리는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TV 중계도 거의 없고, 가끔씩 가뭄에 콩 나듯 K리그 중계가 있으면 당연히 시청률이 높을 수가 없습니다.

 

K리그가 시청률이 낮아서 방송국이 중계를 안 하는 것인지, 방송국에서 축구 중계를 안 하고 부정적 보도만 해서 K리그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인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프로축구 연맹은 이런 위기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프로축구 선수 연봉 공개라는 현실성 없는 정책에만 열중합니다.

 

축구팬들이 생각하는 K리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국의 축구 외면과 심판자질 등이지만, 연맹은 이런 것엔 관심 없고 연봉공개니, 팀별 마케팅 부족이니 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성적인 탁상공론만 하고 있습니다. 방송국이 축구에 무관심하면 최고의 무기인 국가대표 중계권 카드를 꺼내고, 방송국 고위층과 접촉을 통해 축구 홍보를 해야 합니다.

 

연맹에서 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구단별 각개전투로 스스로 중계권을 따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방송국과 프로연맹의 무관심 속에 축구팬들은 불법 베팅업체들이 방송하는 인터넷 TV를 시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마련해 프로축구의 중흥을 이끄는 아이디어를 보이고, 그 아이디어를 진행 시킬 추진력을 프로축구 연맹에서 보여주길 바랍니다. 방송국 역시 4년에 한 번씩만 최고의 축구 방송이라고 이야기 하지말고, 한국 축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프로축구에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랍니다.

 

 

 

 

아래 손가락을 클릭하시면 많은 분들이 이 글을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