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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 한국/세계인의 한국이야기(일본제외)

외국인과 함께한 놀이공원에서 느낀 점

 

몇 차례 이야기했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제 직장은 고등학교입니다. (선생님은 아니고.^^)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5월 25일 대구에 있는 우방타워랜드라는 놀이공원에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우방타워랜드... 수도권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대구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 규모의 놀이공원이며 지방에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우방은 경북지역에서 인기있는 소풍장소이기 때문에 제가 학생으로 학교에 다닐 때와 직원으로 근무할 때 소풍으로 몇 번 찾았던 지역이지만 이번엔 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부터 우리 학교에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24세 미국인이 원어민 강사로 오게 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올법한 잘생긴 외모와 키가 무려 190에 육박하는 체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한국문화를 존중하며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때문에 인상이 굉장히 좋습니다. 여성분들께 한가지 흠이라면... 미혼이라는 품절남이란거.ㅋㅋㅋㅋ

미국인 원어민 강사와 우방에 소풍을 가게 되었고 소풍당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구로 향했습니다. 우방에 도착하자 다행히 비는 그쳤고 놀이공원 안으로 입장하는데... 소풍시즌이라 다른 학교에서도 소풍을 많이 왔으며 주로 여중과 여고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난 영어선생님과 다른 한분의 여선생님 한분, 그리고 수아(원어민 강사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수아로 표기하겠습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메신져에 등록된 이름입니다) 이렇게 4명이서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24살의 첫 사회생활을 하는 수아에게는 우방은 해외여행이 됩니다. 그리고 미국의 디즈니랜드와 비교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 한국 놀이공원에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였습니다.

바이킹을 타고, 수아가 좋아하는 스릴이 넘치는 놀이기구 위주로 탑승을 하는데... 이때부터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소풍을 왔던지라 놀기공원엔 여기저기 학생들이 있었고 어린 학생들에게 공중도덕이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무질서한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근데 하필 외국인과 함께 그 모습을 보게 되니 창피했습니다.

학생들 사전엔 줄서기란 단어가 없는듯... 우리가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줄을 서 있는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우리옆을 새치기 하며 앞으로 갑니다. 너무 당당해서 "아까부터 줄 섰는데 화장실 다녀왔나?" 란 생각을 했는데... 한두명이 아니라 단체로 우리 앞을 지나가고 몇몇은 줄을 타넘는 새치기를 감행합니다.

우리보다 공중질서가 부족하다고 하는 중국에서도 이런 무질서는 보지못했습니다. 근데 이걸 미국인과 함께 한두번도 아닌 수차례를 경험하니 괜히 얼굴이 붉어지네요.

그래도 다행인것이 한국의 놀이공원 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편리한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영어선생님의 통역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미국과 비교해서 한국의 좋은점을 이야기하며 상당히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탑승한 놀이기구에도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즐거워합니다.




그리고 우방이 자랑하는 "부메랑" 이라고 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됩니다.(위 사진이 부메랑에서 찍은 모습입니다) 상당히 긴 줄이 있었는데 운 좋게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지는 행운을 맞이합니다.(새치기 아니에요^^) 그때 우리 뒤에서 누가 우릴 부르네요


"선생님~~ 선생님~~ 우리 새치기 하고 왔어요"

우리학교 여학생들입니다.

남녀공학인 우리학교에서 우방으로 소풍온 학년은 1학년인데 자칭 1학년 여자짱이라고 하는 학생과 그의 친구입니다. 줄이 길어서 새치기를 했다는 것을 자랑하는데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하면서 새치기를 했다는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그때 문득... "그래도 고등학생이라고 미안한건 알고, 죄송합니다~~ 란 말을 하며 새치기를 하는구나... "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에겐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이 당당하게 새치기를 했었으니 그래도 잘못된 것을 알고 새치기하는 고등학생이 어른스럽다고 해야 하나? 이후 우리뒤엔 짱의 포스를 풍기는 고등학생이 버티고 있어서 더이상 우리앞을 새치기하는 초,중학생은 없었습니다.(하지만 다른 놀이기구에선 아주 당연한 새치기가 계속됩니다)

새치기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우방랜드엔 서울의 N서울타워와 비슷한 우방타워가 있습니다. 우방타워에서 망원경으로 대구를 바라보는 수아


부메랑까지도 아주 만족한 수아는 할리우드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외모에 190의 신장을 자랑하는 서양인 완소남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무대는 놀이공원으로 거기엔 수 많은 여중,여고생들이 소풍을 왔습니다. 여기저기서 핸섬~~ 잘생겼다~~ 란 여학생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제가 있는 지역보다 대구는 훨씬 대도시이고 우방은 대구에 위치한 놀이공원이지만 사람들은 외국인 처음 보는 것처럼 너무 수아를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만약 내가 수아의 입장이 된다면 이런 시선들이 얼마나 거부감이 들까? 하지만 이런 부담스러운 눈빛에도 항상 웃으면서 땡큐~~ 란 인사를 잊지 않는 착한 수아.ㅋㅋ

이런 착한 수아에게 복이 찾아왔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으러 가는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바닦에서 뭔가를 줍더니, 거기엔 우리나라 세종대왕님의 초상화가 그려진 초록색 종이가 있네요.

돈 주웠습니다.ㅋㅋ 1만원.^^


그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들이 어떻게 한국에 온지 2~3달 밖에 안된 외국인도 찾는 만원을 보지 못했는지...ㅋㅋㅋ

수아의 모습을 본 주변 학생들은 모두 환호를 치며.. 콩그리츄 레이션~~~ 나랑 반땅... 오대오~~~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1만원과 함께 포즈를 취하는 수아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뒤 다시 놀이기구를 타기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역시나 수아의 인기는 그칠 줄을 모른듯, 저쪽에서 한무리의 여고생들이 우리쪽으로 다가오더니 수줍은듯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학교 학생인가?? 란 생각을 했지만 우리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수아가 너무 잘생겨서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네요...

부러우면 지는건데...  여고생 무리속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때... 솔직히 쬐끔 부럽긴 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자랑 하나만 할께요.

저 역시 이런 수아의 인기를 누린적이 있습니다. 07년 배를 타고 북경여행을 했었습니다. 그때 배에는 한국에 수학여행을 온 듯한 중국의 여중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로 있었고 그 여중생들 속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v 한류의 영향이 강했던 시기였던지 우린 그때 완전 일본아줌마들이 배용준에게 했던 환호와 관심을 받았습니다. 서로 우리와 악수하려고 하고...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란 한국어까지.... 그리고 다음날 그 여중생들이 모여있는 장소를 제가 지나가는데 쏟아지는 환호성.... 캬~~~ 그때의 감동이란....ㅋㅋ

제 자랑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아무튼 제 경험을 비추어볼때 여고생에 둘러싸여서 사진을 찍을때의 수아입장은 분명 불쾌하거나 거부감이 아닌 즐거운.. 어쩌면 평생 간직할 추억이 될 것같네요.

이후에도 우릴 지나치는 여고생, 혹은 여대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잘 생겼다... " 란 말 소리와 함께 조금뒤 조심스럽게 우릴 따라오며 작은 목소리로 "픽쳐" 이런 말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함께 사진찍자고 이야기 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그러나 수아는 처음에도 언급했듯... 품절남입니다. 이미 결혼을했고 곧 있으면 귀여운 남자아이의 아빠가 됩니다. 그래서 한국여자들이 접근할때 대처방안으로 "나는 품절남입니다" 라는 자기소개를 알려줬습니다. 한국여성들이 말을 걸면 "나는 품절남입니다" 란 말을 하라고..ㅋㅋ

항상 즐거운 표정을 하던 수아가 갑자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영어선생님께 무슨 말을 하면서 손에 주먹을 쥐더니.. 가운데 손가락만 펴는 행동을 취합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학생들이 서로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는 그런 욕을 서스럼없이 하는 한국인을 이해 할 수없는 표정을 짓습니다.

우리나라는 참 많은 욕이 있습니다. 좋은 것이 발달했으면 좋겠지만 이런 욕문화는 근절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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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우리나라가 개선해야 될 점이 있습니다.

수아에겐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주변의 많은 모습을 사진에 간직을 하려고 합니다. 그 중 몇몇 간판과 놀이기구 설명에 관한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사진을 찍는데 알고 보니깐 거기에 씌여진 영어가 모두 엉터리라고 합니다. 너무 간단한 영어까지도 틀리는 것이 신기하며 그들 입장에선 흥미거리가 된다고 판단해서 많은 영어간판과 설명서의 사진을찍었고 수아와 함께한 우리 한국인 3인방은 공공장소에서 간단한 영어조차 번역하지 못할까? 란 생각이 부끄럽다는 느낌을 드네요

시간이 흘러서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자 마지막으로 귀신의 집을 가기로 결정.!

외국인에게 한국의 귀신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너무 시시해서 무섭기보다는 웃긴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고 긴 줄을 기다리며 놀이기구를 탈 시간이 안되기 때문에 선택을했습니다. 그때 부메랑에서 새치기를 했다던 우리학교 1학년 여학생 짱이 다가오더니... "너무 추워서 아이스크림을 못 먹겠어요. 이거 드세요~ " 라며 떠먹는 아이스크림 2개를 줍니다. 2명이서 아이스크림 4개나 샀고 2개는 먹겠는데 떠먹는 아이스크림 2개는 도저히 손도 못 댈것 같아보여서 나랑 수아가 하나씩 먹기로 했습니다.

귀신의 집엔 음식물 반입금지라서 아이스크림은 먹긴 먹어야 되는데 입이 너무 시려서 빨리 먹지는 못하겠고... 집합시간도 가까워져서 반쯤 먹고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본 수아가 자신이 대신 먹겠다고 하네요.

집에서 먹는 것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가정교육을 받아왔고 수아의 눈엔 반밖에 먹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버리려는 내 행동이 먹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행동으로 보였을 것이고. 이 사정을 알고부터는 앞으로는 최대한 음식물을 남기지 않기로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신에 집에 들어갔는데, 그동안 모든 놀이기구에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던 수아는.... 역시 귀신의 집은 너~~무 레벨이 낮았나봅니다.ㅋㅋㅋ 대충 구경을 하고 출구를 향해 가는데... 이번엔 땅에 지갑이 떨어져있는 것이 보이네요. 아까 돈도 줍더니 이젠 지갑까지??

하지만 지갑엔 돈은 없었고 집합시간에 늦을까봐 우린 그냥 지나쳐갑니다. 근데 갑자기 수아는 뒤로 돌아서 지갑쪽으로 향하더니 지갑 구석구석 뒤져서 학생증을 찾은후 놀이공원 직원에게 건내줍니다. 서양이 철저한 개인주의라고 알고있었지만 한국사람들 보다 더욱 타인을 생각하는 것같아서 많은걸 느끼게 해주는 착한 수아..

출구를 나갈때도 학생들은 새치기의 도를 넘어서 이번엔 무단입장까지 감행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입장권을 내고 입장을 해야 되는데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남학생이 막무가네로 입장을 하다가 직원에게 들켜서 강제로 끌려나오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영어선생님, 여선생님, 나, 수아가 대구의 상징중 하나인 우방타워를 배경으로...


미국인과 함께 체험한 한국의 놀이공원은 한국인인 저 역시 처음 보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생활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 외국인은 수백만명을 넘어섰고 우리사회의 중요한 역활을 하는 우리와 같은 한국사회의 구성원입니다. 한국어를 모른다고 뒤에서 욕을 하고, 무안할 정도로 쳐다보는 행동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철이 없어도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켜주세요

나 역시도 먹는 음식을 버리거나 길거리에 떨어진 지갑을 돈이 없고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모른체 지나쳤던 행동에대한 반성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다행이 수아의 눈에 비친 한국은 "부정". 보단 "긍정" 이었습니다. 제가 부정적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서양인으로써 접할 수 없었던 한국만의 정, 그리고 문화를 많이 접하는 중입니다. 그것때문에 3달째 한국생활의 종합적 평가에선 "대만족"

자신의 페이스북에다(미국의 싸이월드라고 불리며 유투브, 구글처럼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블로그입니다) 즐거운 한국이란 글을 써야겠다면서 들뜬 행복한 모습을 하며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영어선생님께 한국의 다른 명소도 물어보고, 한국에 더 머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보통 공립학교의 원어민 강사는 1년단위 재계약이 가능합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수아 부부가 한국에 온 이유는 주변 지인들로 부터 한국의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부인과 함께 한국행을 택했다고 합니다.(설명이 없었네요. 수아의 부인도 수아와 함께 한국에 원어민 강사로 왔습니다.)

지인에게 한국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인과 함께 택한 한국, 그리고 직접 경험하면서 생각보다 한국 생활에 만족중인 미국인 원어민 영어강사 수아. 이런 수아에게 위에서 말한 한국의 나쁜 점만 고쳐진다면 대한민국은 얼마나 더 좋은 글로벌 국가가 될까요?



작년 여름(09년 여름) 초등학교 동창, 그리고 같이 일하는 여선생님과 그분의 남자친구(지금은 남편입니다.ㅋ)이렇게 4명이 중국여행을 갔었는데, 서양인 꼬마가 삼성이 씌여진 EPL 신흥명문 첼시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서 머뭇머뭇 거릴때쯤 꼬마의 아빠가 우리에게  " 같이 사진찍고 싶어요?" 라는 또박또박한 한국말로 질문을 합니다.

그분은 영국사람으로 몇년전 대구에서 수아처럼 원어민 강사로 생활을 했었고, 그때 한국이 너무 좋아서 한국어를 배웠으며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말을 걸어줬다고 합니다. 사진찍을 당시엔 홍콩에서 머물렀지만 한국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헤어지게 됩니다.

수아역시 영국아저씨처럼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갖고 미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