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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이청용, 휴식이 필요 하다.!





▲ 티스토리 무료이미지(뉴스뱅크F)


몇년 전부터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우리나라도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몇몇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잔업이나 특근으로 추가근무를 하는 직장이 있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대부분의 직장에서 설날과 추석이라는 양대명절과 여름 휴가는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군대를 병역특례로 다녀왔습니다. 3년간(현역대상자는 산업체 3년간 근무해야 됩니다.) 정말 많은 잔업과 특근과 철야작업을 하면서  당시 남들은 주 44일 근무를 이야기 하지만 저는 주 100시간에 근접할 정도로 일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1주일에 2일 쉬는 평범한 직장과 달리 2달에 한번 쉬는 날도 있을 정도로 근무시간에 만큼은 우리나라 어떤 사업장보다 많다고 자부했던 곳이지만, 설날, 추석, 여름휴가는 꼭 제공해줬습니다.

다른 직장에 다니는 주변사람들이 근무시간이 많다고 불평을 하면 "나는 오늘 아침 6시에 시작하는 라디오를 내일 6시에 듣고 퇴근 한 경우가 많다" 라는 말을 합니다. 보통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를 기본으로 4시간 잔업을 하면서 하루 12시간 근무가 보통이었습니다. 이렇게 주간근무만 있는 회사이지만 일이 많을 경우는 교대근무로 들어가는데 웃긴건 주간 근무자가 12시간 근무를 하면 이후 야간 12시간 근무자는 주간업무를 마친 특례병이 야간근무자로 변신합니다.

 그렇다고 낮에 쉬는건 아니고, 낮 근무를 다 하고 그대로 야간근무에 투입되는 형태로 이렇게 하면 오전 9시 근무자가 주간근무 12시간, 야간근무 12시간해서 정확히 24시간 하루 근무자가 되는 겁니다.


더 웃긴건 이렇게 해도 일이 바쁠경우 또 다시 주간근무자가 되어 일을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까지 있었습니다. 즉 최장 36시간 근무까지 가능한 황당한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36시간 근무는 없었습니다.) 이런 황당하기 까지한 근무는 외국인 노동자들 보다 못하다는 현역 병역특례병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회사에서도 명절과 휴가는 보장해줬는데, 저 보다 더 심한 직장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꿈꾸는 회사에 들어가서 많은 연봉을 받고 주변인에게 인정을 받고 있지만 2년이 넘도록 변변한 휴식 한번 없이 강행군을 거듭하며 지구 반대편으로 출장을 가도 출장비도 없고, 출장을 다녀오면 또 바로 작업에 투입되는 안타까운 이청용 선수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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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은 박주영, 기성용과 함께 FC서울의 차세대 스타플레이어로 서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볼튼으로 이적을 하게 됩니다. K리그 시즌이 종료될때쯤 잉글랜드로 이적했고 K리그가 끝나면 조금있다가 개막되는 EPL이기에 시즌을 끝낸 K리거들이 휴식할 시기에 이청용은 새롭게 1년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간 12시간 근무를 끝내고 야간 12시간 근무를 해야 했던 저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24시간 연속으로 일을 하라면 말도 안된다고 하겠지만, 한번 해보면 20대 초반의 건강한 남성들이 못 견딜 만큼은 아닙니다. 이청용은 이렇게 엄청나게 힘들긴 하지만 젊은 운동선수라면 견딜정도의 피곤을 안고 EPL 첫 시즌을 마쳤습니다.

시즌이 끝나면 다음시즌 준비전까지 EPL 선수들에겐 여름 휴가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이청용에겐 4년마다 한번 있다는 월드컵 출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남들 다 간다는 휴가를 뒤로 하고 영국->한국->전지훈련->남아공이라는 지옥의 레이스에 돌입합니다. 주간 12시간 근무 이후 야간 12시간 근무를 마친 뒤 다시 주간근무를 해야 될 상황입니다.

월드컵이 끝나자 이번엔 볼튼의 휴가도 끝나고 본격적으로 다음시즌을 위한 훈련에 돌입합니다. 1년 내내 휴식한번 없이 강행군을 이어온 이청용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다는 12월 박싱데이까지 거의 전경기를 출장하며 볼튼의 핵심선수로 활약했고, 중간에 대표팀에 합류하는 강행군을 거듭했습니다. 1주일에 2경기씩을 소화하는 EPL 박싱데이 이후, EPL의 일정이 다소 느긋 해질때 이번엔 아시안컵이라는 이름으로 한달간 카타르로 출장을 떠나야 합니다.

아시안컵은 박싱데이를 뛰어넘는 연속된 경기 일정속에 이란과 일본의 연장혈투까지 마치고 설 연휴 직전 소속팀 볼튼으로 복귀한 이청용 선수는 자신이 빠진 이후 연패에 허덕이던 팀을 구원하고자 휴식없이 바로 경기장에 투입되며 오랜 부진에 허덕이던 볼튼에 2011년 첫 승리를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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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 지인들이 "우리 직장은 몇시까지 잔업시킨다 " 라는 불평을 하면 항상 제 특례병 생활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나 이청용 선수에게는 저의 이런 이야기도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그동안 쉼 없는 강행군을 해 왔습니다. 지난 10년간 대표팀의 공격에 있어 큰 힘이 되어준 박지성 선수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때 이청용은 앞으로의 10년을 책임질 핵심 선수입니다.

젊은 나이에 자신만의 여휴시간도 갖고, 대표팀과 개인을 위해서도 이제는 휴식이 필요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EPL에서 이영표, 박지성, 설기현이 동시에 활약하던 시기엔 한국선수들의 경기출전에 민감하여, 선발진에 한국선수 이름이 오르면 상당히 기뻐하고, 출전명단에서 제외되면 실망하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볼튼의 출전선수 명단에 이청용이 한두경기 빠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볼튼의 코일 감독은 이청용의 이런 힘든 점을 잘 알고 있고, 항상 응원하고 격려해준다는 점에서 이청용은 그동안의 강행군이 헛된 것이 아니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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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라고 인정받은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피곤한걸 알면서도 팀을 위해 어쩔수 없이 경기에 투입하는 감독의 마음 또한 팬들이나 이청용 선수 만큼 아플 것입니다.  너무 뛰어난 실력에 휴식까지 빼앗긴 이청용 선수... 이제 잠깐의 휴가라도 떠나세요~~

지금 몸은 피곤하겠지만 그건 모두 이청용이 너무나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가진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민이라는 행복한 생각을 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