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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한국선수가 항상 뒤에서 출발 하는 이유

 

-소치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 네이버 화면 캡처-

 

하계올림픽에서 양궁은 한국이 맡겨놓은 메달을 받으러 간다는 우스켓 소리가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휩쓸었습니다. 하계올림픽에 양궁이 있다면 동계올림픽엔 쇼트트랙이 있습니다.

 

소치올림픽 개막 4일 차, 드디어 우리의 메달 밭인 쇼트트랙이 시작했고, 기대를 모았던 남자 1,500m에서는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다행이라면 이날 예선을 치렀던 여자 선수들의 경우 모두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며 여전히 쇼트트랙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경기를 보면서 "왜 한국 선수들은 항상 뒤에서 시작해요?' 라는 질문이 온라인에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항상 가장 하위권에 있다가 마음을 먹으면 어느 순간 선두권까지 치고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추월에 실패하면 기대했던 성적을 못내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남자 1,500m 경우도 3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이한빈 선수의 금메달을 내심 기대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오른 결승전에서 7명 선수 중 6위라는 사실상 결승전 꼴찌를 하는 충격을 줬습니다.(한 선수는 실격처리 되어서 경기를 치른 선수 중 꼴찌)

 

 

<- 클릭하셔서 한국 선수를 응원합시다~^^

 

결승전에서도 하위권에 위치하다가 중반에 1~2명을 제치더니 선두권 진입에 실패하며 다시 최하위로 쳐지는 경기를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선두권에서 경기했다면 무리한 추월 시도로 힘을 쓰지 않았을 텐데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런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채택된 이후 줄곳 한국 선수들은 하위권에서 어느 순간 순식간에 선두권으로 치고가는 전략을 써왔습니다.

 

왜 한국 선수들은 초반부터 경기를 리드하지 못할까요?? 2002년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김동성은 같은 해 펼쳐진 캐나다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자신이 쇼트트랙 최강임을 증명하고자 1,500m 결승전에서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치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2위를 한 바퀴 반이나 제치고 압도적인 스피드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 카메라 맨은 1위를 하는 김동성을 잡아야 할지? 아니면 치열한 2~3위 싸움이 있는 2위권을 잡아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초반 1위가 확정된 김동성이 아니라 2위권 싸움을 카메라로 잡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2002 캐나다 세계선수권 쇼트트랙 1,500m 남자 결승,

가장 뒤에 있는 선수가 김동성으로 다른 선수를 한 바퀴 제치기 직전 장면-

 

 

김동성과 같은 상황은 상당히 특수한 케이스고, 사실 우리나라는 철저한 전술로 하위권에서 경기하는 것이 1위를 차지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일단 처음부터 선두권에서 경기하면 공기저항으로 체력부담이 하위권 선수보다 훨씬 심합니다. 1위는 앞에 아무도 없어 공기저항을 그대로 받는다면 2위부터는 앞 선수를 방패 삼아 공기저항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체력을 보충해 기회를 엿보고 체력이 떨어진 앞 선수를 제쳐버리는 겁니다.

 

또한 한국 선수는 타 국가 선수들에겐 항상 견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002년 캐나다의 김동성처럼 다른 나라 선수들이 한국은 애초에 자신들과 상관없는 선수라서 1위가 아니라 2~3위를 노릴 거라면 모르겠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선 무조건 한국 선수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은 팀플레이 전술을 써서 중국 선수 1명이 일부러 실격을 당해서 한국선수와 동반 탈락하거나 방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건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비슷하게 우리나라 선수를 견제하지만, 특히 기량이 뛰어난 중국선수들은 결승전에 오르는 선수가 많아 가장 위협이 됩니다. 만약 우리가 선두에서 경기를 펼친다면 중국 선수들은 우리 선수를 제치는 척하면서 넘어트리는 전술을 쓰기 쉽고 실제 이런 장면은 몇 차례 있었습니다. 중국선수 2명이 결승에 올라왔으면 1명에게 메달을 따게 해주고 1명은 한국 선수와 함께 실격되는 전술이 실제로 사용되던 전술입니다. 그래서 반칙을 당할 가능성이 없는 뒤쪽에서 경기를 하다가 기회를 봐서 한 번에 중국선수들을 돌파해버리는 전술을 써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두권 선수가 나쁜 것은 공기저항 뿐 아니라 다른 선수의 상황을 전혀 모른 체 아무 정보 없이 혼자서 스케이트를 타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는데 1위 혼자만 눈과 귀를 막고 경기를 해야 합니다. 공기저항으로 체력부담은 큰데 다른 선수의 상황도 모르기에 체력 안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 체 막연히 혼자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면 이 선수는 금방 페이스를 잃게 됩니다.

 

하위권에 있는 선수는 앞에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체력이 떨어질 때를 틈타 비축한 체력으로 순식간에 역전시키는 게 가능합니다. 이는 한국 선수가 선두권에서 경기를 리드하더라도 2위권에 있던 선수가 한국선수를 제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1위권 선수의 체력부담은 상당히 큽니다.

 

 

-소치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남자 예선, 네이버 화면 캡처

한국 선수는 끝에서 1, 3번째에서 경기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을 보면 42.195Km를 달릴 때 시작과 동시에 1위 했던 선수가 마지막까지 1위로 골인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처음 1위를 하는 선수는 소위 말하는 페이스메이커라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성적을 잘 나오도록 앞에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지 1위를 하려고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쇼트트랙도 비슷하게 처음부터 1위로 치고 나가는 선수는 마지막까지 1위를 하기보다는 페이스를 이끌거나 아니면 순간 치고 나갈 능력이 없어 처음부터 하위권에 있기보다는 2002년 김동성처럼 한번 승부를 걸어보는 도박과 같은 작전을 쓰는 것입니다. 아니면 우승권 팀에서 초반 선두권 전술을 쓰는 중국을 보면 중국 선수들이 함께 선두권에서 자신들끼리 번갈아 가며 1위를 하면서 앞서 말한 공기저항이나 심적 압박을 나눠서 부담하는 전술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벌이 심한 한국 쇼트트랙계에선 중국처럼 조직적인 전술이 힘들고,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우리나라를 견제하기에 한국에겐 적합한 전술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공기저항, 심리적 압박, 상대의 견제에서 자유로운 하위권에서 체력 비축을 통해 한 방에 역전 시키는 것이 한국팀에겐 가장 유리한 전술입니다.

 

앞으로 쇼트트랙의 경기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왜 우수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하위권에서 경기하다가 무리한 추월 작전을 쓰는지에 대해서 그 내막을 조금이라도 알려드려서 쇼트트랙을 보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포스팅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