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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개막전은 상주스타일

 

-강제 강등에 반대하는 상주축구 팬 및 유소년 선수들-

 

2012년 상주상무는 법인화를 완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강제강등 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는 K리그 사상 첫 강등팀이란 불명예였습니다. 하지만 2013년 2부리그에서 한 차원 높은 경기력을 보이며 2부리그 1위를 기록하고 강원과의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른 끝에 2부리그로 떨어지자마자 1부리그로 복귀하게 됩니다.

 

1부리그로 승격한 상주상무는 2014년 인천 UDT를 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오랜만에 1부리그를 찾은 상주와 원정개막전을 치르는 인천은 전반엔 서로 조심스러운 탐색전을 펼치다 후반 중반 넘어 숨겨왔던 칼날을 꺼내 듭니다.

 

후반 30분 인천의 남준재 선수가 선취 득점을 기록하며 인천이 한발 앞서 가는 듯했습니다. 그러자 2분 뒤 이정협 선수와 다시 8분이 지난 후반 40분 이호의 역전 골이 터지며 상주는 개막전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상주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개막 첫 승을 가로 막았습니다.

 

과거 1부리그에 있었을 때 축구팬들이 상주를 가리켜 지어준 별명이 있습니다.

 

바로 "접대 축구"입니다.

 

죽을 순 있어도 패할 순 없다는 "수사불패"의 상주는 평범한 상황에서는 다소 지루한 모습을 보이다가 골과 같은 특수 상황에 직면하면 순간적인 기복이 생겨납니다. 실점하면 바로 따라가고, 또 득점을 올리면 바로 실점을 하는 특유의 들쭉날쭉 집중력이 그동안 상주상무의 특징이었습니다.

 

 

-사진 : 상주상무 홈페이지-

 

2011년 상주상무가 창단된 이후 역사적인 첫 경기에서, 2014년 홈 개막전 상대인 인천을 불러들여 2:0 승리를 거둡니다. 이후 부산과의 원정에서 보기 드문 명승부가 연출되는데 부산은 전반 5분 한상운이 선취 골을 넣으며 앞서 갑니다. 그러자 상주는 조용태와 최효진 선수의 연속골로 2:1로 앞선체 전반을 마쳤습니다. 후반에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고 84분 이안 선수가 동점 골을 넣으며 2:2 균형을 맞췄습니다.

 

이때 상주는 좌절하지 않고, 2분뒤 김정우가 뼈트라이커 탄생을 알리는 귀중한 골을 터트렸습니다. 이후 시계는 90분을 가리켰고 추가시간도 지났습니다. 3:2 상주의 승리 휘슬이 울리는 것을 모두 지켜보는데, 94분, 이원규 선수가 기적과 같은 동점 골을 터트렸습니다.

 

부산이 골을 넣으면 상주가 따라가고, 종료 직전 또 서로 치고받다가 결국 상주의 상대 팀이 웃게 되는 첫 번째 접대 축구였습니다.

 

상주는 이후 치러진 성남 원정에서 또 한 번 부산 악몽의 데자뷔를 겪을 뻔했습니다.

 

전반 4분 성남의 송호영에게 실점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65분과 66분 장남석이 1분 간격 득점하더니 또 2분이 지나서 김정우가 골을 넣었습니다. 단 4분 만에 3골을 넣는 무지막지한 집중력을 보이며 단숨에 3:1로 앞서 갑니다. 하지만 후반 88분 사샤에게 실점하고 추가시간에서도 수차례 실점 위기를 겪는데 골키퍼 김지혁의 선방에 1점 차 승리를 지켰습니다.

 

상주상무의 4번째 경기는 제주원정이었습니다. 역시나 상주 타임, 상주 스타일로 경기는 진행됩니다.

 

뼈트라이커 김정우가 시작과 동시에 골을 넣으며 1:0으로 앞서갔고, 김인호, 산토스의 추가골로 제주가 2:1로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우가 전반 종반 또 한번 골네트를 가르며 전반을 2:2로 균형을 이룹니다.

 

이 점수는 후반 종반까지 이어졌으나 84분 고차원이 결승골과 다름없는 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광판 시계는 90분을 향해 달려갑니다. 제주는 마지막 카드로 인천에서 이적한 강수일을 투입했지만, 뭔가 보여주기엔 너무나 짧은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수일은 그 짧은시간에 뭔가를 보여줍니다. 종료직전 버저비터 골을 넣었던 것입니다. 최종 결과 3:3 무승부.. 완벽한 상주스타일의 경기였습니다. 이런 경기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긴 싫지만, 마지막으로 한 경기 더 소개하자면 서울과의 홈 경기입니다.

 

 

-사진 : 상주상무 홈페이지-

 

4승 4무 1패로 리그 4위인 상주와 4승 3무 3패로 7위를 기록 중인 서울은 팽팽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김정우와 데얀 중 누구의 발끝에서 골이 터질까에 모두가 집중하며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맞대결을 펼칩니다.

 

전반 9분 데얀이 골을 넣습니다. 이후 서울이 자책골을 넣으며 1:1 동점, 다시 데얀이 앞서가는 골을 넣으며 전반은 2:1 서울이 앞선체 끝났습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서울에서 입대한 최효진은 김철호가 찔러준 패스를 받아 골을 넣으며 친정팀 서울에 비수를 꽂습니다. 그러자 데얀민국인 데얀이 73분 자신의 3번째 골을 넣으며 3:2... 이때 득점왕 경쟁을 펼치던 김정우가 74분 득점하며 다시 한 번 3:3으로 따라 붙었습니다.

 

양 팀 모두 수비는 없이 묻지마 공격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무차별 공격에 치중했지만 더는 득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주는 접대 축구의 대명사.!! 서울에서 찾은 많은 수호신에게 마지막 선물을 선사합니다. 후반 87분 현영민 선수에게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며 3:4 패배를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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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리그에서는 무소불위의 위치에서 리그를 호령했다면 다시 찾은 1부리그에선 상주의 옛 안 좋은 습관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평범할 땐 따분하지만, 골이란 변수가 나오면 급격히 심해지는 기복을 가지는 것이 상주 스타일이고, 종료 직전 실점으로 상대 팀에 기쁨을 주는 것이 접대 축구의 완성이었습니다.

 

2014년, 인천을 상대로도 상주스타일 접대 축구는 통했습니다. 그리고 수원삼성과의 원정에서도 인천경기를 답습하듯 똑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원삼성은 이근호가 빠진 상주에 내심 대승을 노렸습니다. 그동안 수원은 상주에 유독 강했고 대부분 대량득점으로 이겨왔습니다. 작년부터 수원은 불만스러운 경기력에 팬들의 질타를 받았는데, 이 모든 것을 상주에 대승 거두며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경기도 철저히 상주스타일 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여느 때 처럼 전반은 시종 답답한 경기였습니다. 수원삼성의 공격은 상주의 중앙수비를 뚫지 못했고, 오히려 이근호가 빠졌다고 해도 간간히 나온 역습에 전반은 대등한 경기로 0:0 무승부.!!!

 

후반 교체 투입된 수원의 배기종이 72분 선취 득점을 기록하며 치열한 난타전의 불을 켰습니다. 시간이 자꾸 흘러가자 상주의 원정 팬들은 무승부라도 좋으니 한 골만이라는 간절한 바람의 응원을 했습니다. 그리고 80분 상주팬들의 기도가 통했는지 김동찬의 동점 골이 터졌습니다.

 

기도의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광판이 멈추고 5분의 추가시간이 표시되자 동점 골의 주인공 김동찬이 역전 골을 터트립니다. 승리수당보다 좋다던 휴가가 눈앞에 다가온 상주상무 선수들은 마치 월드컵 우승한 듯한 기쁨의 감격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수원삼성 선취 득점 주인공 배기종이 종료직전 버저비터 동점 골을 넣었던 것입니다. 구단 역사상 통상 999번째 득점에 어울리는 기막힌 타이밍에 나온 득점이었습니다. 수원 입장에선 대승의 제물로 여겼던 상주이지만 버저비터로 터진 골에 환호했고, 무승부만 거둬도 절반의 성공이란 생각이었던 상주는 좌절했습니다.

 

2만 명이 넘는 수원 시민들이 빅버드를 찾아줬고, 수원삼성 구단측에서는 데프콘이란 인기 스타를 초대하는 등 잔득 준비를 했지만, 이번 수원의 개막전 경기는 어쩌면 철저하게 상주스타일로 진행된 것이 아니겠느냔 생각이 듭니다.

 

 

 

이날 경기엔 홍명보를 비롯한 많은 대표팀 관계자들이 수원 빅버드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쉬지 않고 뛰는 플레이가 인상깊었습니다. 상주가 접대축구를 한다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K리그를 재미있게 하는 팀이란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상주 경기가 끝나면 축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선 "대박 재미있다."라는 의견이 유독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K리그엔 어떤 재미있는 경기가 생겨날지, 상주는 접대축구의 혜택을 언제쯤 받을지 지켜보는 것도 K리그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