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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련글

한국축구 사랑한 외국인들

 

지난 23일, 중국 슈퍼리그에서 창춘 야타이는 아시아 최강팀으로 꼽히는 광저우와의 원정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인 창춘의 브라질 용병이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한국에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오늘의 승리는 늘 제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전북팬들에게 바칩니다"

 

중국에서 활약하는 브라질 선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한글로 쓴 글이라고 믿기지 않는 문구였고, 트위터의 주인공은 작년까지 전북의 닥공축구의 한 축을 담당한 에닝요입니다.

 

 

-에닝요 트위터 캡처-

 

 

트위터로 팬들과 잦은 소통을 하는 에닝요는 아직도 트위터 환경을 전북으로 꾸며 놓으며 전북과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전북 경기를 지켜본단 말과 한국으로 귀화해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말을 할 정도의 친한파입니다. 중국에서도 한식집을 찾고, 휴가를 고향인 브라질이 아닌 한국으로 오는 등 비록 중국에서 뛰는 브라질 선수지만 전북 선수들에겐 여느 한국선수보다 더 한국인 다운 느낌이 있습니다.

 

이 경기에 앞서 2014 AFC 챔피언스리그 전북vs광저우 전에서 나온 전북 득점이 묵살되고, 반칙에서 시작된 광저우의 득점이 인정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 전북은 1:3으로 패배를 당했습니다.

 

이 경기를 지켜보던 에닝요는 분노를 했고 마침 슈퍼리그에서 맞붙을 다음 상대가 광저우라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기에서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였습니다.

 

<-에닝요의 계속된 성공을 기원하시는 분 클릭.^^

 

한국축구를 경험한 외국인의 한국사랑은 에닝요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지 : 전남드래곤즈 홈페이지-

 

 

돌아온 스테보

 

한국에 와서 너무 반갑다는 말로 올 시즌 전남에 둥지를 튼 외국 선수입니다. 최근 j리그 쇼난 벨마레에서 전남으로 이적한 스테보는 마케도니아 국가대표 선수로 2007년 전북을 시작으로 포항과 수원에서 선수 생활하며 한국에 대한 정을 키워갔습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3년 일본 쇼난 벨마레로 이적했지만 리그 스타일이 달라 적응에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6개월 만에 K리그 전남으로 이적한 스테보는 혹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에 호감 가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스테보가 일본으로 갔던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닌 수원과의 의리 때문입니다. 국내 프로팀에서도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팀에 가서 수원을 상대하는 것이 미안하단 생각에 일본으로 갔습니다.

 

일본에서도 늘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고, 우연히 j리그 경기를 관전한 한국인이 스테보를 보고 반가워하자 "한국인이냐?"라는 한국말로 물어보고 무척 반가워하며 사인을 해주고, 한국을 좋아 하고 항상 그립다는 말을 해줬다는 경험담도 들립니다.

 

 

 

-이미지 출처 : 수원삼성그랑블루 홈페이지-

 

 

중국의 만리장성 리웨이펑

 

중국의 이천수라고 불릴 정도의 악동 선수이지만 또 다른 말로는 중국의 홍명보라 불릴 정도로 중국 수비를 책임지던 선수입니다. 중국의 이천수라고 했지만, 리웨이펑의 행동을 보면 이천수는 순둥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악동 중 악동이던 리웨이펑이지만 수원팬들에겐 최고의 순둥이고 최고로 사랑하는 외국 선수 중 한 명입니다.

 

여러 사건에 휘말려 중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그를 프로선수로 이끌어준 은사 차범근의 부름을 받고 수원에 왔습니다. 수원 유니폼을 입은 첫 경기 만에 퇴장을 당하며 역시 싸움닭이란 소릴 들으며 수원팬들에게 원성을 사는 듯 했지만, 이후 성숙한 모습과 특히 수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열성 팬으로 유명한 그랑블루 서포터석에서 오성홍기라 불리는 중국 국기와 "짜이오~!"라는 중국 응원구호가 들렸습니다.

 

수원에서 2년간 활동하며 텐진 테다로 이적한 리웨이펑은 중국에 돌아가서도 수원과 한국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2010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은 중국에 0:3 완패를 당하며 공한증이 깨어졌습니다. 이때 중국 기자들은 한국축구를 폄하하며 중국축구의 우위를 주장하는 글이 쏟아졌고, 이에 한국축구를 경험했던 리웨이펑은 한국을 감싸는 말로 한국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중국에서 축구 인생이 끝날 수 있던 그가 수원에서 환골탈태하여 다시 중국 국가대표로 복귀했고, 수원팬들에게 무한 사랑을 받았으며, 차범근이라는 은사가 있던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애정은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이 들지만, 중국에 가서도 수시로 한국 기자들과 연락을 하고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그것을 지적하며 한국홍보에 앞장섰습니다.

 

중국에서 활동하면서도 휴가를 받아 수원 빅버드를 방문하는 등 식지 않은 애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국인 중국에서 축구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지만, 언젠가 은퇴하면 수원을 찾아 그랑블루와 함께 응원하며 경기를 관전하고 싶다고 말해 수원팬들은 감동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저 역시 리웨이펑을 굉장히 좋아하는 한 사람입니다.

 

 

 

-이미지 : FC서울 홈페이지-

 

 

FC서울을 강팀으로 만든 귀네슈

 

누군가 저에게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이 누군가 묻는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세뇰 귀네슈입니다. 2002년 히딩크의 열풍으로 대한민국은 히딩크에 열광했고, 그런 대한민국에 대한 히딩크의 사랑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고국인 네덜란드에 돌아가서도, 호주의 대표팀을 맡아서도 늘 한국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영표와 박지성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줬고 특히 호주를 이끌고 출전한 2006 월드컵에선 일본전을 앞둔 히딩크는 "한국을 위해서 일본을 꺾는다"란 말을 남기며 네덜란드인과 동시에 명예한국인으로서 일본전에 임했습니다. (결과는 3:1로 호주의 대 역전승) 이후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년 한국을 찾아 불우이웃 돕기와 히딩크 축구교실을 세우는 등 많은 우호적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2년 또 다른 명장 터키의 세뇰 귀네슈는 한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2002월드컵 3/4위전 때 맞붙었던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으로 한국에 대한 짝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히딩크를 누르고 유럽 최고의 감독상을 받은 귀네슈는 터키를 이끌고 유로컵과 월드컵에서 성공과 터키리그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장이었습니다.

 

히딩크가 2002년을 끝으로 한국 대표팀에서 사직하자 귀네슈는 공개적으로 한국대표팀에 관심이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감독 대행의 김호곤 감독 이후 외국 감독을 찾던 한국축구협회는 한국대표직을 희망하는 귀네슈가 아닌 움베르트 코엘류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좋지 못한 성적에 코엘류 카드가 실패했고 또 다른 외국인 감독을 찾을 때 역시나 귀네슈가 먼저 축구협회에 이력서를 접수하는 적극성을 보였지만 외국감독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이미지 : FC서울 홈페이지-

 

 

이때 귀네슈는 외국팀으로 성과를 보이고자 결심했고, 터키나 유럽 명문팀의 오퍼를 뿌리치고 과감히 FC서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귀네슈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보이며 일약 K리그 최강팀으로 이끌었습니다. 부상병동으로 불리는 극심한 불운 속에 베스트 11 선수 구성을 해본 경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승이 없어 무관에 그쳤지만, 귀네슈의 FC서울은 유럽 강호 팀에 못지않는 경기력과 재미있는 축구를 보이며 수원에 버금가는 최고의 인기팀 중 하나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러나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이 너무 깊은 귀네슈는 자신의 앞날보다는 한국축구와 한국을 위해 축구협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 덕분에 벌금과 함께 중징계를 받았지만, 서울팬들이 자발적 모금으로 벌금을 대신 내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귀네슈는 눈물 흘리며 소중한 마음만 받고 팬들이 모금해준 돈은 어려운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했습니다.

 

이날 귀네슈는 2002년 터키대표팀의 월드컵 4강 때 보다 더 기쁘다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후 터키로 돌아간 귀네슈는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이 더 해만 갔습니다. 어쩌다 한국이 유럽 원정이 있을 때면 귀네슈는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며 한국팀 경기장을 찾아 한국선수를 격려해줬습니다. 한국과 터키는 혈맹국 관계로 양국 국방부의 정기적 축구 친선전이 있었고, 한국 국방부는 축구팀인 상주상무가 터키원정을 갔습니다.

 

이때 귀네슈는 자신이 맡은 프로팀의 일에도 바쁜데 경기장을 찾아 상주상무 선수들을 격려해줬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도 하나하나 체크해줬고 특히 어려운 시절을 보낸 기성용에겐 원하면 자신의 팀에서 함께하자는 무한 신뢰와 격려를 보였습니다.

 

에닝요의 트위터를 보고 막 생각났던 한국축구를 경험한 외국인의 한국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글을 쓰면 쓸수록 한국사랑을 표현한 선수들이 늘어만 가서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태국의 피아퐁, 첫 귀화 선수인 신의손(이젠 한국인.ㅋ), 서울의 코치로 변신한 아디, 데얀민국의 데얀, 수원의 영원한 9번 에두 등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 축구인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아 글을 쓰면서도 손이 가볍고 기쁜 마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