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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련글

이랜드 서울 입성 꼭 알아야 할 두 가지

 

 

-이미지 : 이랜드 홈페이지 경영이념 캡처-

 

최근 프로축구에 낭보가 들렸습니다. 연 매출 10조가 넘으며 우리나라 재계순위 50위 안에 들어가는 대기업 이랜드가 잠실을 연고로 하는 팀을 만들어 다음시즌 부터 K리그 챌린지에 참가를 선언했습니다. 모처럼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 프로축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K리그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기존엔 FC서울이라고 하는 한 팀만이 서울을 연고 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팀이 창당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FC서울의 홈구장인 상암은 주거와 직장인의 인구 밀집도가 높은 강남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서울을 포괄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 매출 10조의 대기업이 잠실주경기장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을 창단한다는 것은 축구팬과 관계자들에게 더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랜드의 서울 입성 소식은 각종 언론에서 빠르게 소식을 전하며 이랜드로 인해 얻어지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앞다퉈 소개하고 있습니다. 축구 팬들이 간절히 바라던 서울 더비가 생기고, 강남을 중심으로 축구 붐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랜드는 창단 첫해 평균 관중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향후 3~4만 명까지 수를 늘리며 아시아 최고의 인기 구단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랜드가 꼭 알아야 하는 두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이랜드의 성공을 응원하시면 클릭.^^

 

첫 번째로 알아야 하는 것은 프로축구입니다. 이랜드는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이긴 하지만 언론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창단 첫해 축구 투자금은 50억 내외 입니다. 창단 첫해 챌린지 리그를 우승하고 이듬해 1부리그인 클래식에 참가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팀으로 보기엔 투자금이 조금은 부족합니다.

 

올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1부리그에서도 통하는 선수들이 있는 안산 경찰청이 버티고 있고 대전이나 강원, 대구처럼 기존 1부리그에 있던 팀들도 1년 운영비로 50억 내외를 사용합니다. 거기에 내년에 강등될 팀 역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일 것입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로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창단 첫 해 리그 우승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투입되는 금액이 많기는 하지만 최상의 수준의 금액도 아니기에 창단 첫 해 리그 우승을 한다는 목표는 쉽지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2014시즌 K리그 FC 서울 홈 경기-

 

두 번째로 알아야 할 부분은 강남이라는 연고지입니다.

 

서울은 인구가 1천만 명에 육박한 세계적인 대도시입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으며 잠실은 교통의 중심이라 불릴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이런 점을 들어 이랜드는 축구의 성적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단순히 인구가 많고, 교통이 좋다고 사람이 몰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강남이라고 하면 최고로 부유하고, 폼나는 귀족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랜드가 타깃으로 잡는 강남주민들을 자발적으로 경기장에 찾게 하려면 평범한 것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스타 선수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걸맞은 성적과 마케팅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연예인을 보기 힘든 지방에서는 스포츠 선수가 그 지역을 대표 하는 스타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전주 시민들은 이동국을 자랑스러워 하고, 상주 시민들은 김정우나 이근호가 상주선수로 활동하는 것에 깊은 자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 분포도가 높은 강남은 수시로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이루어집니다. 저는 작년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와서 지금은 강남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인 어벤져스2 가 우리나라에서 촬영한다고 모두가 들떠 있었고, 강남 대로에서도 촬영했습니다. 기존 강남 주민들도 신기해했지만 생각보다 영화 촬영을 구경하는 비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일요일 오전에 촬영했기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경할 수 있지만, 실제 강남 거주자의 구경은 많지 않았습니다.

 

 

-강남대로 어벤져스 촬영 현장-

 

 

저는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촬영 현장을 가봤는데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그 인파 틈에 껴보니,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이나 일요일 강남역에서 약속 있던 외부인이 많았지 강남 거주인으로 추측되는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직장은 강남역에 있고 집은 도보 10~15분 거리에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퇴근할 때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드라마 촬영을 몇 번 목격했습니다. 최근엔 중국에 빅히트를 쳤던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도 자주 있었습니다.

 

이처럼 강남 주민들에겐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것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평범한 2부리그 팀을 보러 경기장을 얼마나 찾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랜드가 바라는 창단 첫해 평균 관중 1만 명과 인기 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2부리그 같은 마인드로는 힘듭니다.

 

뭔가 차별화된 마케팅과 최고라고 생각하는 강남사람들을 만족할 경기력, 혹은 스타 선수가 있어야 합니다. 강남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비싸고, 교육이나 교통, 취업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1부리그가 아닌 2부리그에서 시작을 해서 평범한 선수구성과 평범한 마케팅, 그리고 평범한 경기력을 보인다면 아무리 인구 밀집지역이라고 해도 1만 명 관중을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랜드가 성공을 거두면 서울과 수원이라는 슈퍼매치뿐만 아니라 강남과 강북의 서울 더비도 생겨나고, 기업들로 하여금 축구 투자를 늘리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랜드는 프로축구를 이해하고, 강남이란 지역을 이해가 꼭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