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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축구 한일전이 기분나쁜 이유



10월 12일 한국은 홈에서 일본과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올해만 벌써 3번째, 총 73회의 한일전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일전은 월드컵과 또다른 의미에서 무조건 이겨야 될 경기로 상당한 승부욕을 자극하며 많은 관심을 갖을 것입니다.

이번 한일전은 올해 2차례 치러진 경기와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저만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미를 알고나면 상당히 기분나쁘고, 과격한 표현을 하자면 화까지 날 것입니다.




▲ 97년 도쿄대첩이라 불리는 최고의 한일전 장면입니다.



한일정기전은 1972년을 시작으로 1991년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과는 10승 2무 3패로 한국의 압도적 우세였고 이후에도 한일정기전은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에서의 2000년대 초반까지 주기적인 평가전이 있었습니다. 이후 2003년을 끝으로 한일평가전은 없었다가 이번 2010년에 다시 부활을 합니다.

한일전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이 아시아를 주름잡으며 일본보다 압도적 우세를 점했을때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선 강팀과의 정기적 평가전은 일본축구의 발전을 위해 굉장히 좋은 일입니다. 그래서 70년대 부터 90년대까지 아시아 최강 한국과의 정기전은 일본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j리그를 출범시키며 한국이 과거와 같이 압도적인 우세가 아니란 생각에 20년간 지속된 한일정기전을 취소하며 이후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평가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부터 나카타의 활약으로 일본이 탈아시아를 선언하며 아시아 최강의 포스를 뿜으며 한국을 넘어섰다는 결론이 나오자 2003년을 끝으로 한국과의 평가전은 없어집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은 더이상 한국에게 배울 것이 없고, 한일전은 일본이 아닌 한국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지 않나 하는 추측마저 들 정도의 타이밍에서 한일전 취소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7년간 한국과 일본은 단 한번의 평가전이 없었습니다.




▲ 한국과 일본의 A매치 목록입니다.
평가전이 치뤄진 연도를 보면 한결같이 한국의 분위기가 좋을때입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2010년 일본 축구협회 회장은 한국축구협회에 한일정기전 부활을 제의했고 그 제의로 이뤄지는 한일전이 10월 12일 경기입니다. (월드컵 직전 일본에서 펼처진 한일전은 사전 계획된 것이 아니라 일본 축구협회가 일본의 출정식을 위해 급조된 평가전이었습니다.)

7년간 조용하다가 갑자기 한일평가전 부활을 제의한 일본 축구협회의 심정은 뭘까요? 당시 일본은 월드컵 진출을 했지만 최근 10년간 최악의 침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암흑기였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허정무 감독이 비난을 받는 시기였지만 베스트 맴버 전력만큼은 역대 최강이라고 불릴만한 전력을 가졌습니다. 일각에선 2002년 맴버보다 뛰어나고 아시아 국가사상 최강의 맴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갖췄습니다.

이런 시기에 일본측에서 한일정기전을 제의했던 겁니다.

7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2010년 이렇게 일본에서 제의한 한일전은 모두 한국이 일본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때고, 한일전을 취소했던 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은 j리그 출범과 탈아시아를 선언할정도로 일본축구의 분위기가 좋을때입니다.

자신이 필요할때만 평가전을 제의하고, 또 더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땐 가차 없이 버렸다가, 또 다시 한국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평가전을 요청합니다. 이런식의 한일정기전 요청과 취소의 사이클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기분나쁜 것을 넘어서 화까지 나려고 하네요.


<-  여기 숫자만큼 한국이 득점 합니다. 많이 눌러주세요.^^



▲ 2003년 마지막 한일전 당시 안정환 선수 득점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제가 혼자서 너무 예민한 과민반응일까요?

개인적으로는 2003년 2번의 평가전에서 진심으로 한국을 상대해준 유럽의 복병 터키나 독일과 같은 나라와 정기전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터키는 공식적으로 한국과 터키 정기전을 요청했다고 들었고 터키라는 강호는 분명 우리의 실력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필요에 따라 경기를 하고 또 우리가 쓸모없다고 느껴질때 버려지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우리도 적절한 평가전 상대를 찾아서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관계를 맺는 장기적인 포석이 깔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