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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거취는?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태극전사가 6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월드컵에 앞서 치러진 평가전에서의 부진과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에서 원칙을 깬 선수 선발로 홍명보 감독에 대한 축구팬들의 불만은 컸습니다. 월드컵 본선 첫 경기 러시아전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알제리전과 벨기에전에서 드러난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특히 알제리와의 치욕적인 전반전은 16강 탈락과 맞물려 축구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선수단 귀국과 함께 이제 관심사는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의리 열풍과 맞물려 이른바 박주영과 정성룡, 그리고 올림픽 선수들의 의리 출전은 실패로 끝났고, 전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경기력에 여론은 홍명보 감독 사퇴를 부추겼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16강 진출 실패이후 좋은 경험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대표팀 후배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러 온 곳이 아니다. 경험을 증명하러 온 자리다." 라는 따끔한 일침을 놨습니다.


일명 군대식 계급체계가 있다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에서 다른 선수도 아닌 홍명보라는 하늘과 같은 직속 선배에게 이런 혹평을 한 이영표 선수의 말처럼 월드컵은 축구에 있어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이른바 "끝판 대장"에 해당하는 대회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장소입니다.


이렇게 큰 대회인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은 실패라는 경험을 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잇단 졸전으로 자칫 월드컵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던 상황에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급히 최강희 감독을 대표팀 자리에 내정했습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K리그에서 최고의 명장으로 손꼽히며 중위권에 불과하던 전북을 일약 아시아 최강팀으로 올려놓는 지도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전북 현대에서의 생활에 만족했고, 독이든 성배로 불리는 대표팀 감독자리를 거듭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대한민국 축구의 최대 중대사를 위해 일단 아시아 예선만 통과시키고 전북으로 돌아간다는 조건으로 임시 감독을 맡았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약속대로 전북으로 돌아갔습니다.


축구협회는 최강희 감독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을 점찍었습니다. 그러나 홍명보 역시도 최강희 감독처럼 대표팀 감독을 거듭 거부했습니다. 청소년 대표와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 홍명보 감독이지만 아직 성인대표팀을 맡은 경험도 없고, 더군다나 첫 데뷔전이 월드컵이라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홍명보 감독은 거듭 대표팀 감독자리를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홍명보 카드를 밀어붙였고, 결국 홍명보는 수락해야만 했습니다. 


청소년과 올림픽팀과 다르게 국가대표, 그것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평가전에서 선수선발까지 모두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홍감독은 많은 부분에서 잇단 경험 부족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월드컵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냈습니다.


일말의 동정은 없지만, 경기가 끝나고 홍명보 감독이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주로 올림픽 시절 함께 했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겨우 26.1세로 우리나라 역대 최연소 대표팀이었습니다. 그 말은 아직 이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고 지금은 실패했지만 앞으로는 명예 회복을 할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는 월드컵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월드컵은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월드컵에 앞서 아시안게임, 아시아컵 등 연이은 굵직한 대회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아시안게임은 이광종 감독이 지휘하고 있지만, 주축은 홍명보 호의 선수들이 대부분을 차지 할 것입니다.


물론 월드컵 선수단 중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아무리 홍명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라도 실전 경험이 없는 선수이거나 j 리그 2부리그 선수의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월드컵에서 경험했을 것입니다. 큰 폭의 선수 교체는 있어야겠지만 손흥민을 주축으로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의 핵심 선수가 될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아시안컵이 개최됩니다. 


홍명보 감독에게는 월드컵의 실패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할 확률을 줄이고, 강점을 보였던 연령층 대회에서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 회복과 아시안컵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지금 홍명보 감독을 경질한다면 누가 대표팀 감독을 할까요? 누가 오든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은 선수들 장단점 파악도 힘들 정도로 시간이 촉박합니다. 당장 최강희 감독처럼 K리그 감독을 선임한다면 최강희 감독에게서 드러난 부작용을 그대로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외국 감독을 데려오자니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대회 때문에 시간이 촉박합니다. 그나마 한국축구를 잘 아는 귀네슈 감독이 우리 대표팀을 맡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터키 프로팀을 맞고 있기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아시아컵에서는 그나마 홍명보 감독이 가장 적합한 감독일 것입니다. 


또 하나, 만약 홍명보 감독을 경질한다면 그건 축구협회가 자신의 무능함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입니다. 귀네슈 감독이라는 유럽 명장이 근 10년 가까이 한국 대표팀에 관심을 보였지만 자기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외국팀을 맡은 경험이 없다는 이유와 영어를 못한다는 변명을 들며 자신이 관리 할 수 있는 국내파 감독을 선임했습니다.


급기야 최강희 감독과 홍명보 감독은 공개적으로 대표팀을 맡기 싫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축구협회는 반강제적으로 임시 감독 최강희, 급조 신임 감독 홍명보를 선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만에 홍명보 감독을 경질 시킨다면, 그동안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샘이 되는 것이고, 이런 막장스러운 한국 대표팀 감독은 더더욱 꺼리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를 은퇴하고 이제 지도자로서 2번째 축구 생활을 합니다. 지금 경질되더라도 K리그, 혹은 j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우리 대표팀이나 축구협회에서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햇병아리 지도자에게 월드컵의 실패라는 중요한 경험까지 더해졌습니다. 이제 뭘 어떻게 하면 실패하는지를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직접 경험을 했고,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박주영과 정성용 카드를 버림으로써 변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 월드컵까지는 앞으로 4년이 남았고, 당장은 아시아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 스스로 사퇴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축구협회에서 강제적인 경질은 자신들의 무능함을 알리는 일로 생각되기에 자발적 사퇴가 아니면 최소한 아시안컵까지는 유임시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