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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

김연아 은메달로 본 한국 스포츠 3대 오심 사건

 

-자신의 올림픽 마지막 연기를 끝낸 김연아, SBS 화면 캡처-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올림픽 개최국 러시아는 핀란드와의 아이스하키 8강전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동계올림픽 최고의 인기종목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에서 패배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고, 새로운 아이스하키가 필요했는데, 가장 먼저 지목된 것이 동계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여자 피겨였습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소치올림픽 여자 피겨는 러시아 국적 선수들이 금메달을 결정하고, 기타 선수들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룰이 있었던 게 아니겠느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파판정이 심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쇼트와 프리 모두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국내 팬들에겐 생소한 소트니코바 선수에게 금메달을 넘겨줘야 했습니다. 심지어 소트니코바는 점프에 실수까지 하던 상황이라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언론에서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악의 편파판정이다"고 이구동성으로 편파판정에 항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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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왕은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고, "금메달을 더 원하는 사람에게 갔으리라 믿는다"라는 말로 결과에 의연하지 않고, 실수 없이 연기를 마친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늦은 새벽까지 TV를 시청한 국내 팬들은 믿기지 않는 오심에 분노하며 인터넷은 김연아와 피겨스케이팅과 관련된 검색어로 도배되었습니다.

 

수고 많았던 김연아를 격려하고, 편파판정과 관련된 러시아 관계자들엔 비난하며, 외신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김연아 경기 직후 대한민국 모든 인터넷 검색어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김연아 판정 관련된 내용의 외신 기사들 캡처-

 

김연아는 의연했지만, 한국 국민 더 나아가 세계 언론은 분노했습니다.

 

주심 역시 사람인지라 오심도 나올 수 있고, 그래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수에 의한 오심은 몰라도 주심의 의도적 편파판정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해야 합니다.

 

올림픽과 같이 큰 무대에서 오심과 편파판정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으로는 2010 밴쿠버 올림픽 예자 계주 결승전에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레이스로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줄 알았는데, 이유도 모른 실격을 당해 금메달을 빼앗겼던 사건, (당시 어부지리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들 역시 한국이 뭘 잘 못했는지 모르겠단 말을 할정도의 판정)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에서 우리나라 신아람 선수의 잃어버린 1초 사건 등..(결승전 종료 1초를 남겨 놓고 앞서 가던 신아람은 멈춰버린 시계 때문에 경기종료까지 남은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상대 선수의 무수히 많은 공격을 수비해야 했습니다. 종료 신호를 주지 않는 주심의 이해 할 수 없는 판단에 결국 역전패)

 

분명 여자 계주나 신아람의 잃어버린 1초 역시 오심을 넘어 아주 명백한 편파판정입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국민들이 더 분노했던 장면들이 있습니다. 종목의 인기여부, 선수들 땀의 노력에 가치를 매기는 것은 아니지만 저 개인적으로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였던 한국이 스포츠에서 당한 3대 오심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2002년 오로 액션 사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 김동선 선수는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태극기를 들고 금메달을 환호하는 순간 갑자기 장내가 혼란스럽더니 미국 관중들의 환호성 소리와 함께 태극기를 떨어트리는 김동성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경기 중 김동성 뒤에서 따라오던 안톤 오노 선수가 김동성에게 밀린듯한 과도한 액션을 취하며 김동성을 실격시켜 버렸기 때문입니다. 리플레이를 봐도 김동성이 오노 선수를 밀었던 장면은 어디서도 볼 수 없지만 오노는 과도한 액션 연기로 김동성을 실격시켰습니다. 당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오노, 더 나아가 그런 오노를 옹호하는 미국에도 강한 항의를 하며 반미정서가 심해졌습니다.

 

 

-2002 월드컵 미국전 오노 세레모니, 경향신문 이미지-

 

당시는 인터넷이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초창기로, 분노한 네티즌들은 이날의 사건을 "오노 액션"이라고 칭하며 순식간에 퍼졌고, 비겁함이나, 뻔뻔한 사람 등 악인을 대표하는 고유 명사로 사용될 정도의 분노가 있었습니다. 4개월 뒤 월드컵 개최를 한 대한민국은 조별 예선 2차전을 오노의 조국 미국과 예정되었고, 축구대표 선수들은 미국에 골을 넣으면 오노를 비난하는 세레모니를 사전에 준비하는 등 오노 액션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오심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구글 인물검색-

 

2006년 엘리손도 오프사이드

독일월드컵 1승 1무 승점 4점을 기록 중인 한국과 스위스의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진 G조 예선 마지막 경기...

 

당시 스위스는 유럽지역 예선전, 월드컵 첫 경기인 프랑스, 두 번째인 토고전 모두 편파판정의 혜택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전부터 심판판정에 부담을 갖게 됩니다. 당시 피파 회장 제프 블래터의 조국인 스위스를 피파에서 의도적으로 밀어주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날 정도로 매 경기 결과에 직접 영향을 주는 판정 이득을 봤던 스위스,

 

이런 심판판정 혜택은 한국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0대 1로 뒤진 한국은 시종 동점 골을 노렸지만, 맥을 끊는 주심의 경기 운영과 결정적인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0:2 패배를 당했습니다.

 

 

-2006 한국vs스위스전, 부심의 오프사이드 선언이 있었지만, 그대로 골은 인정된 상황-

 

 

당시 오프사이드가 맞냐 틀리냐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쳐도, 부심이 오프사이드깃발을 들었고, 부심의 오프사이드판정에 우리 선수는 경기를 멈췄지만, 이때 스위스 선수는 계속 공격하며 골을 넣었고, 주심인 엘리손도는 이 골을 인정해 버렸습니다. 주심이든 부심이든 둘 중 한 명은 오심입니다. 오프사이드 논란에 이어 우리나라 패스를 방해하고, 코너킥 기회를 묵살하는 등 경기 내내 스위스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엘리손도 사건이 터지고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가 분노에 찼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100 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스위스랑 재 경기가 가능하다는 유언비어가 터져 수 백만 명이 동참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피파 규정상 재경기는 없습니다.)

 

 

-소치올림픽 메달 시상식 장면 SBS 화면 캡처-

 

2014년 소치올림픽 김연아

앞서 소개한 두 사건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크게 분노를 했다면 이번 김연아는 세계 피겨 관계자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응은 아직 진행형이라 어떻다고 설명하긴 힘들지만, 외신들이 먼저 나서서 편파판정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피겨계에서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김연아가 현존 피겨 최고의 스타이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스타가 완벽한 경기를 펼치고도 외부 요인으로 우승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컸을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피겨 인기나 피겨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른 종목과 달리 피겨의 판정은 특정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심판들이 머릿속으로 판단하는 기준으로 순위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피겨에 대한 오심 의혹은 많이 있었는데 2002 솔트레이크에서는 당시 주심 중 한 명이 특정 국가의 선수를 밀어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고백하며 파장을 줬습니다.

 

이 밖에도 심판 판정에 외부 압력이 계입된 사건이 여러 대회에서 들통 나는 바람에 피겨의 인기가 급속히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겨 인기를 이끌어준 김연아의 마지막 경기는 전 세계 피겨인들이 지켜보는 경기였고 미국에서는 슈퍼볼과 시청률을 비교할 정도의 관심을 가졌습니다. 모든 관심이 집중된 경기에서 편파판정이 생긴다면 그만큼 피겨의 인기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도 모든 피겨 전문가는 김연아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심판도 사람입니다. 그래서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이게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행동들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자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는 사고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이상은 저 같은 블로거가 이런 오심으로 피해당한 사례를 찾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