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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닮은 한국 여자축구





요즘 축구팬들에겐 여자축구가 상당한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여자축구 사상 첫 FIFA주관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고 대회동안 보여줬던 그들의 경기력은 세계인의 찬사를 받기 충분했습니다.

저는 최근까지 일본여행을 다녀온 관계로 여자축구를 생방송으로 봤던 것은 4강전 독일뿐이지만 한국경기 하일라이트를 통해 지켜본 한국의 여자축구는 일본이 탈아시아를 외치며 한창 잘 나갈때인 2000년대 초반의 그것과 무척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흔히들 일본축구는 피지컬이 약하지만 뛰어난 패싱력과 조직적인 축구를 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이런 장점들로 98년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아시아를 호령하며, 당시 아시아 최강이었던 대한민국을 경기력에서 넘어서고, 아시안컵 연속우승, 나카타의 등장, 청소년대표의 결승진출등... 아시아를 넘어섰다고 할 정도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베스트 맴버의 한일전을 10회 했다고 하면 한국이 일본을 이길수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시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 한국 여자축구의 어떤 점이 일본과 닮았다고 생각할까요?







4강전 독일에서 보듯 한국 여자축구의 피지컬은 상당히 부족합니다. 독일선수보다 평균 신장에서 10센치나 부족했다는 통계도 있었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축구선수는 야구부에서 낙오된 운동선수가 하는 2류 운동부원으로 일본은 체력이 좋거나 하면 야구를 하고, 야구부에 끼지 못하면 축구를 한다는 시기였고 자연스럽게 일본축구의 피지컬은 아시아에서도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습니다.

일본은 이런 체력적 열세를 패싱력과 조직력으로 커버를 해서 아시아 정상권에 근접을 했듯 최근 대한민국 여자축구 역시 하일라이트만 보면 바르샤를 연상시키는 멋진 패싱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피지컬을 앞세우는 팀에겐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조직력의 일본은 체력을 앞세운 한국에게 약하듯 대한민국은 결국 독일을 넘지 못했죠.


그리고 대한민국 여자축구는 일본 청소년대표가 청소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하는 이변을 연출하듯 이번에 세계가 놀랄 4강에 진입을 했습니다. 일본은 99년 세계청소년 월드컵에서 조직력을 앞세운 짧은 패스플레이로 준우승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결승에선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스페인에게 0:4 대패를 당하며 준우승을 기록했고, 이는 조직력과 막강한 공격력으로 4강에 진출해서 홈팀이자 가장 강력했던 우승후보 독일에게 1:5의 4점차 패배를 당했던 여자축구 대표팀과 비슷한 과정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 일본축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카타의 등장역시 최근 한국축구와 흡사합니다. 나카타선수는 98프랑스 월드컵 이후 일약 아시아축구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엔 고종수와 이동국이 있었다면 일본엔 나카타가 있었고 안전환의 전 소속팀 세리아의 페루자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당시 파격적인 액수로 점차 상위팀으로 이적을 합니다.(아마 나카타는 당시 축구선수중 세계 7번째로 높은 몸값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일본에 나카타가 있다면 한국 여자축구엔 지소연이 있습니다. 나카타는 크지 않은 키로 세계 수준의 프리킥력과 경기를 읽는 능력으로 세계 유수의 클럽들에게 러브콜을 받았는데 이는 지소연 선수가 최근 U-20 여자월드컵에서 5경기에 7골을 넣는 파격적인 득점력으로 이미 여자축구 최고라는 미국 프로축구 이적설이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나카타뿐 아니라 일본의 한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 골 넣는 기계란 별명이 붙었던 미우라의 장점까지 혼합되었네요.^^(185정도의 신장을 가졌던 한국 스트라이커에 비해 미우라는 175정도의 신장으로 일본 대표팀에서 무수히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왜소한 지소연 선수가 높은 득점력과 프리킥, 경기를 읽는 능력은 미우라와 나카타의 장점을 여자 버전으로 바꿔 놓은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 93년 도하의 기적(일본에겐 도하의 비극) 당시 모습입니다. 종료 직전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을 놓쳤는데
이렇듯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은 월드컵 진출조차 못했던 팀이었죠.


그리고 한국여자축구가 일본과 닮은 점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은 아시아에서도 그렇게 강한 팀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이나 중동의 중위권팀과 경기에서도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등 아시아에서도 2류 수준이었던 일본은 90년대 j리그 출범과 98월드컵 진출, 99세계청소년 준우승과 아시안컵 연속우승, 02월드컵 16강 진출, 나카타의 등장으로 일약 아시아 중심으로 올라섰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자축구는 9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처럼 아시아에서도 그렇게 뛰어난 팀은 아닙니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북한과 일본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실력이며 최근 많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한때 여자축구에서 세계 최정상이었던 중국 여자축구 역시 한국에겐 벅찬 상대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U-20 월드컵 4강과 지소연의 등장으로 일본이 그랬듯 빠른 속도로 아시아 정상에 근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진 일본과 유사한 점만 이야기 했는데 이번엔 일본과 다른 부분도 지적을 하겠습니다.


1,404 vs 1,224

위의 숫자는 과연 뭘까요?

바로 한국과 일본의 여자축구 숫자입니다. 앞의 숫자는 한국이고 뒤는 일본입니다.

어?? 한국이 일본보다 규모가 커??? 이런 의문이 들겠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1,404은 한국의 여자축구에 등록된 모든 선수의 숫자이고 일본의 1,224는 선수가 아니라 일본 여자축구팀의 숫자입니다. 즉 한국의 선수 숫자만큼이나 일본엔 축구팀이 있습니다. 일본에 등록된 여자축구인의 숫자는 무려 2만5천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4강에서 상대했던 독일은 무려 10만명이 넘는 여자축구인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 마치 영화 300을 떠올리는 듯한 한국과 경쟁국가들의 차이입니다.


1400명이라고 하면 다른 비 인기 종목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좋은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에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세계 4강을 이룩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몇몇 인기 스포츠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가 세계최정상이 되기를 바란다면 국가대표 경기뿐 아니라 평소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여자축구와 일본남자 축구의 비교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일본은 분명 90년대 이후 급격한 성장을 하며 아시아에서 최고의 팀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변방이던 일본이 빠른 속도로 아시아 최정상이 된 점은 우리 여자대표팀도 분명 배워야 할 점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잠깐이나마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던 한국에게 다시 밀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여자대표팀은 일본이 꿈으로만 여겼던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로 도약한다는 탈 아시아를 향해 지속적인 전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열악한 인프라속에서 꿈같은 성적을 내주신 태극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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