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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한 포항, 압도당한 전북

 

 

 

2014 AFC 챔피언스리그 E조와 G조 3차 예선이 3월 18일(화)에 진행됐습니다. 관심 가는 경기로 K리그를 대표하는 지난 시즌 2관왕 포항스틸러스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전북 현대가 각각 중국의 산동 루넝과 광저우 에버그라데와 경기를 치렀습니다.

 

한중프로축구 맞대결이란 관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한 수 위의 전력을 꼽히는 K리그 클럽들의 손쉬운 승리를 점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예외도 있습니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맨시티라는 별명을 얻으며 우수 용병들을 영입하고, 중국 대표 선수들로 국내 선수를 채웠습니다.

 

우스켓 소리로, 중국 대표선수도 광저우에선 벤치에 앉기도 힘들단 소리가 나올 정도로 광저우는 중국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2013년 중국 슈퍼리그에서 광저우는 30경기에서 무려 24승 5무 1패라는 단 1패만 기록하며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광저우가 기록한 승점은 77점으로 2위인 산동 루넝의 59점에 비해 18점, 즉 6경기나 앞서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미지 : 포항스틸러스 홈페이지-

 

 

포항은 지난 시즌 중국리그 준 우승팀 산동 루넝과 홈 경기를 치렀습니다. 조별예선 2차전까지 포항을 제외한 K리그 3개 팀이 모두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포항은 골 득실에 앞서 중간순위 1위를 기록 중인 산동에 승리를 거둬 지난 시즌 리그 챔피언의 위엄을 보여주고자 경기 시작과 동시에 단숨에 경기를 주도해 갑니다.

 

<- K리그 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전반 초반까지의 경기는 산동 선수가 몸이 덜 풀렸는지 다소 무거운 움직임에 지역방어를 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맞서는 포항은 스틸타카라는 특유의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상대 선수와의 1:1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며 경기를 지배합니다. 그러나 공격에만 집중하던 포항의 뒷문을 노린 산동의 역습에 결국 골키퍼까지 돌파당하며 엉겁결에 산동 선수가 빈 골대로 찬 슛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신광훈 선수의 손에 맞고 PK 선언과 함께 퇴장당하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1명이 부족한 포항은 동점 골을 노리며 산동의 골문을 계속 위협했는데, 첫 골을 허용한 후 10분 뒤 또 한 번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점수 차는 2점으로 벌어집니다.

 

전반 중반 상황에서 포항은 한 명이 퇴장당한 수적 열세에 점수는 0:2로 끌려가던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때까지 치러진 경기 내용을 보자면 이상하게 질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2실점을 한 포항은 계속해서 짧은 원터치 패스로 산동을 압박합니다. 산동 선수들은 포항의 조직적인 경기 운영에 우왕좌왕하며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중원을 포항에 완전히 내주고 말았습니다. 골키퍼와 1:1 찬스를 맞이하고, 슛타링은 골대에 맞는 불운이 있었지만, 포항은 경기를 장악해갔습니다. 그리고 전반 33분 김태수가 추격의 골을 넣었습니다.

 

선수가 부족한 포항이 이렇게 많이 뛰면 후반 체력 고갈에 대한 의심이 들기 마련인데, 후반이 되자 오히려 수비하던 산동 선수의 발이 무거워졌고, 후반 교체로 들어간 유창현은 투입되자마자 스틸타카의 종점을 찍는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김승대의 골을 도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전후반 각 32분에 골을 넣은 포항은 이후에도 한 명이 부족하단 것을 잊은 체 계속해서 산동의 골문을 노렸지만 더는 추가 골이 나오지 않아 2:2 무승부로 경기가 마감되었습니다.

 

비록 무승부이긴 했지만, 포항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 챔피언에 부끄럽지 않은 강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포항과 산동관련 기사 화면 캡처-

 

 

반면 포항경기가 끝나고 펼쳐진 전북과 광저우의 G조 예선 3차전 경기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비록 조별 예선전이긴 하지만 이 경기는 2014 AFC 챔피언스리그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두 팀 간의 맞대결입니다. K리그는 최근 5년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사실상 지배했던 절대 강자였고, 전북은 그런 절대 강자 K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팀입니다.

 

전북과 상대할 광저우는 비록 중국리그라고 하지만 2014 AFC 우승 0순위에 꼽힐 만큼 최강의 팀입니다. 또한, 지난 대회 우승팀이기도 합니다. 이 두 팀의 경기가 더 주목받는 것은 이번 맞대결로 3년 연속 AFC 무대에서 만날 정도로 질긴 악연이 있습니다.

 

첫 대면에서 닥공으로 K리그에 큰바람을 일으킨 전북은 광저우를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1:5 굴욕적 참패를 당합니다. 이후 중국 원정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설욕엔 성공했고, 지난 시즌엔 홈/어웨이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양 팀은 1승 2무 1패의 동률을 기록 중이었습니다.

 

이렇게 신종라이벌로 등극한 양 팀은 모두 오로지 공격만을 추구하는 닥공팀이었습니다. 전북이 오리지날 닥공이라면 광저우 역시 중국판 닥공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게,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무려 78골이나 넣는 무서운 공격력을 보였습니다.

 

광저우의 공격이 전북보다 조금 예리했습니다. 중국의 다른 클럽을 압도하는 자국 선수들과 유럽 빅리그 수준의 용병들은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고, 전반 17분과 20분 연속골을 성공했습니다. 당하고 있을 전북이 아닙니다.

 

 

-이미지 : 전북현대 공식홈페이지-

 

 

순간 방심으로 2실점이나 당한 전북은 "1골 먹히면 2골 넣고, 2골 먹히면 3골 넣는다"는 각오로 팀을 추스리고 공격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아시아 무대 최다 골 주인공인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은 전반 38분 동점 골을 넣었습니다. 그동안 광저우의 공격에 수세적 입장이었던 전북은 이동국의 득점과 함께 다시 공세적 태도를 보입니다.

 

후반 12분, 원조닥공의 전북은 또 한 번 광저우의 골네트를 가르는 동점 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좌절했습니다. 오프사이드도 아니고, 핸드볼 파울도 아니고, 상대 선수와 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닌 전혀 흠잡을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터진 골을 주심이 노골 선언해 버렸던 것입니다.

 

오심인지 편파판정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뭐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나온 판정이라 전북선수는 당황했고, 이후 다시 광저우에 주도권을 내준 전북은 곧바로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1:3으로 무릎을 꿇게 됩니다.

 

광저우는 충분히 이길만한 자격이 있는 팀이고 강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력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북 역시 그 명성에 걸맞는 팀이었고, 광저우를 상대로 2득점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심의 활약으로 2:2 동점이 되어야 할 경기는 1:3으로 바뀌며 결국 2014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은 9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하는 불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미지 : 전북현대 공식홈페이지-

 

 

정정당당한 경기로 졌다면, 광저우에 박수치고 우리의 잘못된 점을 찾아 보완을 하겠지만, 이번 처럼 주심에게 압도를 당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전북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포항은 전반 초반에 한 선수가 퇴장 당했지만 실력으로 경기를 압도했다면, 전북은 심판의 결정적인 한 방에 경기를 압도당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전북과 광저우라는 아시아 최강 팀의 대결을 심판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망처버렸다는 것은 수준높은 경기를 기대하며 이날 경기를 지켜본 아시아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남겨주지 않았라난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