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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련글

2002 월드컵에서 한국을 비난하는 일본인과의 대화





몇일전 한 일본 블로거가 자신이 한국 축구를 응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을 목격했습니다.

블로그의 내용은 2002년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에 이겼기 때문에 불상한 포르투갈이 떨어졌고 한국에게 실망했다는 겁니다. 한국은 예선통과가 확정된 상황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포르투갈과 함께 16강 진출을 하는데 한국이 이겼기 때문에 포르투갈이 탈락했다는 제 입장에선 황당한 이유를 들어 그때부터 한국축구를 응원하지 않는다는 일본 블로거에게 답글을 남겼습니다.

만약 한국이 포르투갈을 봐줘서 포르투갈이 16가 진출을 했다면 그건 포르투갈을 모욕하는 행동이다, 또한 만약 한국이 포르투갈을 봐줘서 포르투갈이 16강 진출했다면, 그럼 그걸로 피해를 받는 미국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당시 상황이 한국과 포르투갈이 아니라 일본과 포르투갈 경기였다면 당신은 일본의 승리를 바라지 않았을 것인가? 에 대한 댓글이었습니다.



 http://v.daum.net/link/8525634  <- 당시 일본 블로그 내용을 보시려면 클릭하세요.



그리고 얼마후 그 일본 블로거에게 답장이 왔네요.



▲ 답장 원문입니다. 일본분 아이디는 비공개 입니다.


당신이 하시는 말씀의 뜻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응원하고 있는 팀이 곧 있으면 예선을 통과하고
이번 경기에선 패하지만 않으면 되는데 그걸 바라는 것이 이상합니까?

당시 한국은 포르투갈과 대결 시점에서 예선의 1위 통과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승점 3을 더 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한국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는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떨어트렸기 때문에 나는 한국을 응원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의 의견을 말했고 당신에게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내 생각을 강요하며 당신에게 공감을 얻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응원한다고 하는 것은 졌을 때에는 상대를 비난 합니다.
4년에 1번 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응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포르투갈과 피구를 좋아하시는 분인데 포르투갈을 열심히 응원했지만 한국때문에 떨어졌고 포르투갈을 떨어트린 한국을 비난한다는 뜻)

당신이 지적한 당시 한국의 상황이 일본이었다고 가정하면,
나는 승점 3을 쌓는 것보다 승점 1을 획득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조껀 이기는 것이, 「아름다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불쾌하게 하지 않았을까 라는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m(_ _ ) m







제가 문의 메일을 보냈더니 그분에게 위와같은 답장이 왔습니다. (사진은 글만 있으면 지루해서 제가 넣은거에요)

이렇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같다는 시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았고 여기에 저는 마지막으로 다시 답장을 했습니다.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 개인적인 생각을 개인적인 블로그에 올렸기 때문에 사과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한국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월드컵을 목표로 하는 다른나라의 축구선수들의 노력을 비난 하는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만약  0-0 경기 종료가 되었다면, 그것때문에 탈락하는 미국의 입장을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최고의 매너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포르투갈에게 최선을 다 했습니다. 만약 포르투갈을 이길수 있으면서 상대가 불상해서 일부러 이기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것은 포르투갈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2002년 3/4위 경기가 있었습니다.

한국 vs 터키였습니다.

한국과 터키는 상당히 우호국가입니다. (6만명의 한국 관중들중 5만명이 터키 국기를 들고 입장을 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터키 국기를 한국의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응원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터키에서는 한국인은 큰 친절을 받습니다.)

이렇게 우호국가인 한국 vs 터키의 3/4위전은 정말 치열했습니다. 한국과 터키는 상대방을 존경하는 최고의 방법은 서로를 상대 할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종료되었고 3:2로 이겼던 터키는 모든 선수들이 한국 국기를 들고 한국선수와 함께 경기장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이후 한국은 터키와 2번의 친선경기가 있었는데 터키선수들은 영원한 친분을 위해 서로의 유니폼에 서로의 국기를 넣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관계가 좋은 한국과 터키는 2번의 친선경기에서 상당히 치열했습니다. 역시 상대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주는 것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 한국vs터키 평가전 모습입니다.
정말 치열한 경기였지만 터키 베스트 맴버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한국팬들은 더욱 터키를 응원했었습니다.


한국과 터키는 경기장에서는 정말 치열하고 부상 선수도 있을 정도로 이기려고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가 끝나면 세계에서 가장 우호국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2006년 터키에서는 공식적으로 한국 응원단을 만들었고 2010년 월드컵 역시 터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한국을 응원해줬습니다.

3번의 치열한 경기를 치르면서도 그 경기가 월드컵과 같이 큰 대회거나 평가전과 같은 중요도가 덜 한 경기에서나 한국과 터키는 경기장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냈습니다. 경기는 과열되기도 했지만 경기가 끝난 이후 한국과 터키는 다시 한번 최고의 우호국이 되어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한국과 터키는 서로를 상대할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최고로 대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예선전 역시 한국은 포르투갈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포르투갈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상황을 바꿔서 한국이 포르투갈 입장이었는데 포르투갈이 한국을 불상하게 생각해서 0-0으로 끝났다면, 나는 오히려 불쾌해서 화가 났을 것입니다.

탈락을 해도 최선을 다하는 상대의 모습을 존경할 것입니다. 당신과 나의 생각이 다르기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나의 생각이 정답이 될 수 있고 당신의 생각 역시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설픈 일본어의 긴 글 읽어주셨고 친절한 답변 감사했습니다.





 <- 제글에 공감하거나 터키를 하는분은 클릭 해주세요.^^


이렇게 2002년 한국의 상황을 비난했던 일본인과의 짧은 대화는 끝났습니다.

포르투갈을 이겼기 때문에 한국이 싫어졌다는 저분은 일본문화에 입각해서 그게 정당한 방법이란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한국문화에서 자란 저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된건 맞지만 답장에서도 썼듯 누구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단정짓긴 힘듭니다.

하지만 이분과 이야기를 하며 한가지 의문이 생겼는데, 만약 정말 당시 한국의 상황에 일본이 있었다면, 세계 최고의 강호를 이길수 있는 기회에서도 일부러 이기지 않는 경기를 펼칠까요? 또한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을 관중들이나 시청자들, 혹은 상대편 국가의 선수들이나 팬들이 본다면 과연 기뻐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