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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빼고 모든게 훌륭했던 축구 한일전.






51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아시안컵에서 아쉽게 숙적 일본을 넘지 못하며 결승문턱에서 좌절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승을 놓쳤다는 것과 라이벌에게 당한 패배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컸겠지만, 우린 한국축구의 희망이라는 값진 선물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 한일전은 경기전부터, 8강전에서의 120분 연장 혈투와 일본보다 하루 덜 쉬었다는 점에서 체력적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했습니다. 때문에 폭 넓은 움직임과, 강한 압박이라는 한국축구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지 못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고 경기를 지켜봤다면, 초반부터 강한 공격을 시도했던 일본에게 밀리는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을 가졌던 태극전사들은 경기를 하면서, 부족한 체력을 정신력으로 버티며 일본에게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전의 실책성 실점을 허용했던 정성룡 골키퍼는 눈부신 선방으로 골문을 지켰고, 공격에서는 상대의 헛점을 노리며 페널티킥에 의한 선취점을 얻었습니다.

아쉽게 조금뒤 일본에게 실점을 허용했지만, 전반전을 보면 경기를 하면 할 수록 플레이가 나아진다는 희망을 볼 수 있던 경기였습니다. 후반 역시 전반과 비슷했습니다. 후반 초반 역시나 맹공을 퍼 붙던 일본의 공격을 정성룡 골키퍼의 선방으로 버티고, 전반전 처럼 반격을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양팀 모두 득점엔 실패하고, 연장전으로 돌입합니다.

연장전에선,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에 의해 PK를 허용하고, 혼다의 페넉티킥을 선방한 정성룡 골키퍼는 데쉬하는, 호소가이 선수에게 실점점을 했습니다. 황재원 선수의 파울이 프리킥이 아닌 PK 선언이 된 것도 아쉽지만, 패널티키커가 공을 차기 전에, 먼저 호소가이 선수가 움직인 것은 명백한 반칙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실점이었습니다.


후반전 역시 전반처럼 초반부터 일본의 강한 공격에 고전해야 했던 대한민국은, 전후반 각각 중반에 들면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전엔, 경기적응과 정신력으로 버텼다면, 후반전은 정신력과 함께 조광래 감독의 전술변화에 의한 경기 분위기 반전을 노렸습니다.

작년 염기훈과 올해 유병수, 손흥민까지, 조광래 감독은 그동안 분위기 변화를 노리며 시도한 교체선수를 경기 중, 다시 교체 시켜버리며 스스로 자신의 교체 카드가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전 윤빛가람 선수와 일본전 선수 교체 후 이루어진 전술 변화는 조광래 감독의 용병술이 점점 성공하고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경기력에서 썩 만족 스럽지 못했던 이번 한일전을 결과만 빼고 모든 것이 훌륭했다고 하는 이유는,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어린 선수들로 구성이 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선수들의 의지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후반을 1:1 동점으로 마친 양국은 연장전에 들어갔고, 연장전에서 실점을 했습니다. 최근들어 골을 넣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버리는 연장 골든볼 제도가 없어졌다지만 연장전에서 실점은 곧 경기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지까지 불문율로 여겨집니다. 연장전이 되면 선수들의 체력은 바닦이 난 상황이고 여기서 득점을 한 팀은 남은시간 모든 선수를 수비에 두기 때문에 득점을 하기 힘듭니다.

체력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력차이가 나는 약팀의 밀집수비에도 골을 넣기는 힘든데, 연장까지 갔다는 것은 양 팀의 실력이 비슷하다는 뜻에서 비슷한 실력을 가진 팀에서 밀집수비를 하면 득점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것도 체력이 모두 떨어진 연장전이라면 1실점은 곧 패배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리 태극 전사들은 달랐습니다. 연장에서 득점을 기록한 일본은, 이후 마치 인도와의 예선전을 보는 듯 한 밀집수비를 펼치게 됩니다. 또한 침대축구는 아니지만 지능적인 시간끌기 전술을 펼치며 2:1로 경기를 마치려고 하는 그때, 전광판의 시계도 멈춰서 주심의 호각소리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습니다. 그것도 비록 약간의 오심성이긴 하지만 PK를 허용한 황재원 선수의 동점골이었던 것입니다.

경기는 여기서 끝난 것입니다. 이후 승부차기에서의 승부는 FIFA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실력보다는 운의 요소가 큽니다. 예전 북중미 골든컵에서 모든 상황이 똑같았던 캐나다와의 동전던지기에 패했던 것과, 작년 피스퀸컵에서 한국, 잉글랜드, 뉴지랜드의 제비뽑기에 의한 결승진출 처럼, 이번 한일전도 공식적인 무승부에서 다음라운드를 진출할 팀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방침이지 경기의 결과는 무승부로 기록됩니다.




한가지 위안이라고 한다면, 아직까지 우리는 2007년 부터 이어온 일본전 무패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되겠으며, 이것은 우리가 2007 아시안컵에서 이라크에게 당한 승부차기 패배가 무승부로 기록 된 것과, 2002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 승이 무승부로 기록 된 것처럼, 이번 승부차기 패배 역시 일본에게 패한 것이 아니라 결승전 진출을 양보했지만 패배하진 않았다는 약간의 자기 위안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은 높아진 아시아 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많은 유럽 스카우터들이 우수한 아시아 선수 발굴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고, 세계의 축구팬들도 예전에 없었던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결승진출팀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두 라이벌 국가의 치열한 경기는 분명 아시아 축구의 높은 수준을 세계에 보여 줄 수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결승진출의 실패라는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앞서 말 한 것처럼, 동전던지기나 제비뽑기처럼, 실력에 의한 패배가 아니라 무승부 상황에서 다음라운드의 진출자를 가리는 방식에서의 패배입니다.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모든 축구가 끝난다면 이번 결과는 상당히 뼈아픈 상황이겠지만 앞으로도 축구는 계속 될 것이고 아시안컵보다 더 큰 월드컵도 남겨졌습니다.

어린 선수들로 출전한 이번 아시안컵에서 경기를 거듭 할 수록 우리선수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구자철, 제파로프, 사샤등 각국의 K리거들이 활약하며 K리그의 우수성을 함께 보여준 대회라는 점에서, 이번 좌절이 이후 더 큰 영광의 소중한 발판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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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때 얻은 패널티킥을 실축한 혼다는, 승부차기에서 일본의 첫 번째 키커로 나와서 성공을 시켰습니다. 한국의 승부차기 키커들은 모두 어린선수들이었고, 모두 실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실축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패널티킥과 승부차기에서의 성공으로 보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02년 한국과 스페인의 승부차기는 한국의 모든 키커가 골을 넣었습니다. 그 성공엔 미국과의 예선전과 이태리와의 16강전에서 이을용, 안정환 선수의 패널티킥 실축이 좋은 보약이 되었을 것입니다.

약간의 오심은 있었지만 일본은 아시아 강자다운 모습을 보였고, 4강전에서의 한일전은 이번대회 최고의 명승부로 남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승부차기에서의 패배지만 깨끗히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영표, 박지성 선수의 은퇴경기가 될 3/4위전 우즈벡 경기에서 멋진 경기를 기대 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은, 오늘의 교훈을 가슴깊게 세겨서 앞으로의 더 큰 결과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