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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퇴장과 새로운 왕의 등장을 알린 카타르 아시안컵






태극전사들이 우승을 목표로 참가했던 이번 아시안컵에서, 승부차기 패배로 결승진출 좌절되어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2경기 연속 연장혈투와 부족한 휴식 시간에도 우즈벡과의 3/4위전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태극전사들은 다음대회 자동출전권이 보장된 3위를 획득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며 이번 대회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하면서 우리 대표팀은 "51년만의 왕의 귀환" 이라는 구호를 내 걸었습니다. 탄탄한 선수층에 남아공 월드컵에의 자신감, 그리고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들, 노장과 젊은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으며, 분위기는 어느때 보다 좋았고 실제 경기내용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1996년부터 2007년까지 4차례나 연속으로 계속된 한국과 이란의 8강전 승자는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 한다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이번에도 깨지 못하고, 또하나의 우승후보 일본과의 승부차기에서 패배를 당하며 우승의 꿈은 좌절 되었습니다.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던 대회입니다. 51년만의 우승을 꿈꿨고, 2010년 부터 이어온 한국축구의 전성기를 이어 가고자 했으며, 박지성 선수의 대표팀 은퇴 대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우리 곁에서 수비진을 든든하게 책임졌던 이영표 선수 역시도 대회중 은퇴를 선언하며 박지성과 함께 세계 최고수준의 공격과 수비수를 모두 떠나 보내는 아쉬운 대회가 되었습니다.

이영표 선수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은퇴를 충분히 생각했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늘 한결같이 우리 대표팀의 측면수비를 지켜주던 선수였지만, 박지성과 같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파 공격수에 가려서 선수가 가진 기량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습니다. 한국 K리그를 시작으로 네덜란드와 EPL, 분데스리가, 그리고 최근 사우디리그까지 이영표 선수는 4개의 리그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카멜레온 같은 적응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토트넘에 있을땐 EPL 최고의 측면수비수 중 한명이란 평가를 받았고, 분데스리가에서도 주전부상에 땜빵요원으로 영입되었지만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차게 되었습니다. 사우디 리그에서는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최고의 수비수가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늘 동안의 얼굴에 수줍움이 많은 모습을 보였던 이영표 선수이지만 어느덧 대표팀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대표팀에서 박지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대표팀과 함께 할 꺼같았던 이영표 선수 역시 박지성 선수 못지 않는 큰 도움을 줬던 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말은 나오지 않지만 어쩌면 차두리 선수도 메이져급 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늘 강철체력으로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에도 지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던 로봇 차두리 선수 또한 어느덧 노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2002년 신화를 창조했던 선수들 중 지금 대표팀에 남은 선수는 이영표, 차두리, 박지성 선수입니다.
이영표와 박지성 선수의 은퇴는 기정 사실화 되었고, 이제 마지막 월드컵 4강 당사자인 차두리 선수도 몇년안에 대표팀에서 은퇴를 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을 넘어서 아시아축구의 영광을 이끌었던 대왕들의 은퇴를 지켜보는 대회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떠나는 이가 있다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신인선수가 있습니다. 이번대회 우리팀 평균 연령이 20대 중초반에 이를만큼 아주 젊은 선수들로 꾸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기량은 전성기를 맞이한 다른 아시아 강호 선수들에게도 전혀 뒤쳐지지 않고 압도하는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호주와 일본의 결승전을 남겨둔 상황에서 득점랭킹 단독 1~2위 모두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호주와 일본선수 보다 2득점이 앞서고 도움도 3개나 기록중인 구자철 선수의 득점왕은 사실상 예약이 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3골을 기록 중인 일본과 호주 선수가 헤트트릭을 하지 않는 이상 도움까지 기록한 구자철 선수가 득점왕에 유력합니다.)

비록 결승진출엔 실패를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4승 2무를 기록하며 한번도 패 하지 않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엔 아시아 최강인 호주, 일본, 이란을 상대했고 복병인 우즈벡과 바레인까지 포함된 수치라는 점에서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결과이고, 이런 성적을 해외파에 의지하기 보다는 거의 유망주급으로 구성된 어린 K리거 선수들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이영표, 박지성 선수와 같은 대왕의 기질을 가진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 대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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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토록 바라던 51년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왕의 귀환은 실패를 했지만,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호령했던 대왕들의 퇴장과, 새롭게 향후 10년간 아시아 축구 책임질 왕의 탄생을 알리는 대회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 참가했던 모든 선수단분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모습과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에서 가슴을 펴고 당당히 돌아오세요. 당신들은 진정한 아시아의 제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