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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 비장의 카드 유창현

 

 

-이미지 : 전북현대 홈페이지-

 

2013시즌 더블을 달성한 포항스틸러스와 2014시즌 우승후보 0순위라는 전북이 전주성에서 만났습니다. 지난 시즌 포항은 정규리그와 FA컵을 차지했지만, 모기업의 경영악화로 용병선수 한 명 없는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AFC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 올 시즌 전력 누수가 거의 없는 전북을 원정에서 상대하기엔 부담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포항엔 잊혀진 공격수 유창현이 있었습니다. 2008년 2군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해 다음 해 1군으로 올라와 2009년 리그에서 20경기에 출전해 7골 5도움을 기록했고, 2009 피스컵 코리아에서는 5경기 4득점으로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포항의 떠오르는 기대주로 등극했습니다.

 

 

<-포항과 유창현 선수를 응원하시는 분은 클릭.^^

 

1군에서 첫해 눈부신 성공을 거둔 유창현에게 2년 차 징크스가 찾아왔습니다. 2010년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15경기에 출전하며 2골 2도움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기고 이듬해 상주상무에 입대합니다. 상주에서는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옮긴 김정우 선수가 물오른 득점력을 보이고 잦은 부상에 정상컨디션을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프로무대에 적응력을 키웠습니다.

 

이런 유창현 선수에겐 목표가 있었습니다. 시즌 10골을 넣는 것입니다. 2009년 1군 리그에서 11골을 기록하며 두 자리 득점의 경험이 있던 유창현은 두자릿수 득점은 공격수에게 있어 상징적인 숫자였습니다. 2012년 전역에 앞서 유창현 선수와 이야기 나눴는데, 그때 저에게 "시즌 목표는 10골입니다."라고 했던 말이 왜 그런지 오랜 시간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유창현 결혼식 장면-

 

 

2012년 전역을 하고 포항으로 복귀한 유창현에게 2013년은 가장 뜻깊은 한 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부상으로 1년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2013년 12월 백년가약을 맺으며 심적 안정을 취하게 됩니다.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포항은 상대적으로 스쿼드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 시즌 전망에 대해 낙관적이진 않았습니다. 이때 복귀한 유창현은 포항에게 천군만마가 되었습니다.

 

3월 15일 K리그 2라운드 부산원정에서 1:3으로 뒤진 포항은 87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미드필더 김재성을 빼고 유창현을 출전시켰습니다. 짧은 출전 시간에 이렇다 할 활약 없이 경기는 끝났지만 이후 3일 뒤 산둥 루넝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포항은 전반 13분 만에 신광훈 선수가 퇴장당하며 0:2로 끌려갔습니다. 수적열세 속에서도 스틸타카라는 포항 특유의 조직적 플레이로 전반에 1골을 만회했고,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유창현은 불과 2분 만에 김태수에게 결정적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2 동점을 이끌었습니다.

 

 

 

-이미지 : 포항스틸러스 홈페이지-

 

 

유창현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산둥 이후 수원과 전북이라는 강호와의 연속경기가 계획되었습니다. 대량득점의 완승을 노렸던 상주상무에 종료 직전까지 끌려가던 수원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동점 골에 대승이 아니라 겨우 패배를 면하며 체면을 구겼고, 디펜딩 챔피언 포항을 꺾고 자존심 회복을 하려고 칼을 갈았습니다.

 

전반 4분, 전남에서 영입된 고차원이 수원의 구단 통산 1,000번째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계속 끌려가던 포항은 후반 20분 유창현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습니다. 교체카드는 100점 만점에 2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유창현이 투입된 지 불과 2분이 지나지 않아 포항 문창진이 득점했고, 1:1로 맞서던 후반 종료 직전 천금 같은 역전 골을 터트렸습니다.

 

상주상무에서 함께 군 복무를 했던 고차원 선수의 득점이 전우인 유창현 선수의 버저비터 결승골에 빛이 바랬습니다. 수원이라는 고비를 넘은 포항엔 더 큰 장벽인 전북현대 원정경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둥과 수원전에서 교체할 때 마다 자기 진가를 보여줬던 유창현에게 황선홍 감독은 선발이라는 선물을 줬고, 1골 1도움이라는 결과로 보답했습니다. 그리고 경기 MOM에 선정되며 올 시즌 가장 고비가 될 전북의 원정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자신을 믿어준 동료의 믿음과 아내의 격려가 힘이 되었다는 소감을 말하며 심리적 안정을 통해 2009년 보여준 포항이 기대하는 유창현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제공된 선수 정보-

 

4라운드가 진행된 2014년 K리그에서 유창현 선수는 3경기에 2골 1도움으로 공격포인트 순위 3위를 기록중입니다. 순위 경쟁을 펼치는 다른 공격수들은 대부분 4경기에 선발 출장했다면 조커로 투입된 유창현은 짧은시간에도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확실한 결과를 보이는 만점활약을 보이고 있습니다.(지금까지 유창현이 출전한 시간은 127분으로 300분 후반대의 경쟁자에 비해 출전시간은 1/3 수준이지만 전체 선수 가운데 1위에 1개 뒤진 4번째로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중입니다.)

 

황선홍과 이동국이라는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를 배출한 포항에서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된 유창현 선수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