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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련글

프로축구 1만 명과 다른 프로야구 1만 명?

 

 

 

2014년 3월 8일 프로축구가 개막했습니다. 아직 차가운 날씨에도 실제 관중 집계를 한 이래 최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유럽 빅리그와 같은 전 경기 만원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스타선수들이 대거 중국으로 이적하고 구단이 지갑을 닫으며 K리그 위기설이 나돌 때 나온 성과라 프로축구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수원과 함께 프로축구에서 가장 많은 관중을 불러모은 FC서울에 생각보다 저조한 관중이 찾았다는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습니다. 가십거리를 노리는 언론에선 이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언론의 프로축구 죽이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보였습니다.

 

 

 

 

 

K리그 개막을 알리는 모 언론사에서 나온 기사입니다. 마치 경기장엔 단 한 명의 관중도 없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놓고 비슷한 느낌의 제목을 선택했습니다. 오랜 시간 언론에선 유독 프로축구의 관중을 축소 발표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무의식적으로 이런 소식을 접한 스포츠팬들에게서 프로축구는 아무도 관심주지 않는다는 마이너 적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언론사에서 찍은 경기장면 사진은 관중을 이야기할 때랑 사뭇 달랐습니다.

 

 

 

 

 

같은 언론사가 같은 날, 같은 경기를 보도한 내용입니다. 심지어 관중이 없다던 글을 썼던 기자가 쓴 글입니다. 평범한 경기상황 이야기 할 때는 어쩔 수 없는지 관중이 보이는 사진을 찍어 놓고, 관중 이야기 할 때는 경기가 다 끝나고 관중이 빠져나간 이후의 관중석을 촬영해서 K리그는 인기 없는 리그란 기사를 쓰는 이유가 뭘까요?

 

 

 

 

이날 경기장엔 13,674명의 관중이 찾았습니다.

 

<-축구장에 관중이 보이시는 분은 클릭

 

프로축구가 개막하고 20일이 지나고 프로야구가 개막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기 스포츠답게 프로야구 개막전엔 많은 관중들이 몰렸고, 언론에선 앞다투어 프로야구 열기를 보도했습니다.

 

 

 

 

 

공중파에서나 인터넷 신문에서나 프로야구는 많은 사람이 찾는 인기 스포츠로 긍정적 소식이 쏟아집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야구는 표구하기 힘들어서 빨리 경기장 가서 표를 사야 될 거 같고, 뭔가 프로야구를 생각하면 들뜬 마음이 생깁니다.

 

언론사에서 그렇게 흥행 돌풍이라던 프로야구의 관중집계를 살펴보겠습니다.

 

 

-KBO 홈페이지에 나온 야구 관중-

 

 

역시 언론사의 말처럼 야구장엔 많은 관중이 찾아주셨습니다. 7경기에 약 14만 명이 찾아주셔서 경기당 평균 2만 명의 관중이었습니다.

 

다시 프로축구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관중 없다는 프로축구의 개막전을 찾은 관중 수는 어떨까요?

 


3/8(토) / 포항 0-1 울산 / 포항스틸야드/ 16,127
3/8(토) / 서울 0-1 전남 / 서울월드컵경기장 / 13,674
3/8(토) / 전북 3-0 부산 / 전주월드컵경기장 /15,687
3/9(일) / 경남 1-0 성남 / 창원축구센터 / 10,943
3/9(일) / 상주 2-2 인천 / 상주시민운동장 / 6,469
3/9(일) / 제주 0-1 수원 / 제주월드컵경기장 / 16,588

*총 관중 79,488

*평균 관중 13,248

 

그렇게 관중 없다던 프로축구에도 6경기에 8만 명이 찾아와 평균 1,300명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더군다나 대도시에만 있는 야구와 달리 이날 프로축구엔 인구 10만 명 내외인 상주와 서귀포까지 포함된 수치입니다.

 

프로야구가 열렸던 도시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도시는 대구였는데, 프로축구에서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대도시가 대구 인구의 절반도 안되는 창원이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프로축구에선 1만 3천 명이 찾은 경기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관중이 없어 심각하다는 느낌의 기사를 썼는데, 1만명 이하의 관중을 기록한 대구는 마치 구름관중이 몰린 것처럼 포장을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1만~1만 3천 석 정도의 대구구장을 생각하면 더 들어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상황이 맞긴 하지만 이틀째는 1만 명에서 몇 명 모자란 수치였습니다. (이것도 사실상 매진으로 봐도 무방하긴 합니다만)

 

언론에서 프로축구를 이런 식으로 대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축구팬들을 가장 분노케 했던 2009년 성남과 수원의 FA컵 결승전,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에서 열린 이번 경기는 경기에 앞서 비가 내려 흥행에 큰 우려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KBS 뉴스에서는 FA 결승전이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관중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보도를 합니다. 자료화면을 보면 정말 관중이 너무 없어 보여서 일반인들에겐 프로축구는 마이너 스포츠란 인식이 강하게 심어질 것 같았습니다.

 

KBS가 아닌 이 날 경기장을 직접 찾은 분들이 개별적으로 촬영한 사진 한번 보시겠습니다.

 

 

 

 

-KBS 사진과 탄천구장 사진은 인터넷에 떠돌던 사진을 사용하여 죄송하지만 출처표기가 어려웠습니다.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관중이 없어 우려스럽다던 성남 탄천구장의 모습입니다. 경기 전까지 비가 내렸고, 프로축구팀에서 가장 관중이 적다던 성남인 점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숫자는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매진까지는 아니더라도 빈 자리 찾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관중이 왔지만, KBS는 어떻게 저렇게 빈 자리를 찾았을까요?

 

축구장의 빈자리를 찾지 못한 KBS는 결국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이 빠져나간 이후의 관중석을 촬영했던 것입니다. 이후에도 언론사에선 비슷한 사례는 많이 찾을 수 있는데 4~5만 석 규모의 월드컵 경기장엔 2~3만 명정도 관중이 와도 카메라 앵글만 잘 잡으면 얼마든 빈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축구팬들은 유독 축구관중이 적어 보이는 장면만 촬영하는 모 기자의 이름을 붙여 "XXX존"이라는 별칭까지 붙였습니다.

 

최근엔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축구에서 13,000명은 관중이 없어서 심각한 수준이고, 야구장에서 1만 명은 구름 관중이라고 보도하는 언론사의 이중 잣대에 축구팬의 분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인구 10만의 농촌 도시인 상주는 실제 시내 거주인구는 7만 명 내외고 그중 상당수는 노년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막전을 찾은 6,500명의 관중은 250만의 대구광역시의 1만 명 관중이나 잠실의 25,000명 관중에 뒤지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는 수원이지만 매 경기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주시고 비록 최하위권 성적이지만 1만 명에 육박한 관중이 찾아주시는 신생팀 성남 FC 처럼 조금씩이지만 K리그는 매년 관중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향이 경북으로 가장 처음 좋아했던 스포츠팀은 초등학교 때 부터 삼성라이온스를 좋아했고, 류중일을 시작으로 오승환 이승엽, 양준혁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축구 역시 좋아하는 소위 말하는 축야팬으로 프로야구에 관중이 많은 것에 기쁨을 느낍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똑같은 관중이 와도 야구장 1만 명은 구름관중으로 표현하고 축구장 1만 명은 심각한 수준의 무관중이라고 표현하는 이중 잣대에 실망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2014년 프로야구 개막전 이틀까지의 7경기 평균 관중은 2만 명으로 구름관중이 몰렸다는 소식을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했습니다. 야구보다 도시 규모가 작았던 프로축구에서도 평균 관중 1만 3천 명이 찾아주셨습니다.

 

 

 

 

  

 

 

2014년 K리그 개막전 3경기를 다녀오고 찍은 사진입니다. FC서울의 개막전인 상암, 성남 FC 개막전인 탄천, 수원삼성블루윙즈의 개막경기인 빅버드....

 

이렇게 촬영하면 축구도 구름관중처럼 보이지 않나요?

 

그동안 언론에선 프로축구의 1만 명과 프로야구의 1만 명을 다른 이중적 잣대로 평가했지만 색안경을 벗고 우호적이진 않더라도 최소한 객관적인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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