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관련글

아시안컵 왕따가 된 대한민국

 

 

-이미지 : 아시아 축구협회 메인화면 캡처-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은 새롭게 배정되는 학반에 자신과 친한 친구가 얼마나 배정되었는지 궁금해합니다. 인기가 많은 학생과 함께 배정되면 기뻐하고, 또 불량학생이나 가까이하기 싫어하는 학생과 같은 반이 되면 실망을 합니다.

 

얼마 전 치러진 2015 호주 아시안컵 조 편성에서 한국은 같은 반 하기 싫은 학생처럼 모두가 꺼리는 따돌림의 국가였습니다.

 

아시안컵은 16개 국가가 참여하여 실력별로 4개의 포트를 나눠서 추첨하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은 최강팀으로 구성된 1번 포트가 아닌 2번 포트에 배정되었습니다. 이번 대회부터 피파랭킹 순서로 포트를 정했는데 한국의 피파랭킹은 아시아에서 4번째로 높았지만, 5번째였던 호주가 개최국 자격으로 1번 포트를 확보함에 따라 우린 2번 포트로 밀려났습니다.

 

 

<- 다음 대회에서 1번포트 복귀 원하시는 분은 클릭~^^

 

대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한국이 2번 포트로 밀려나자 아시아 축구 강국은 술렁였습니다. 그리고 1번 시드를 받은 아시아 축구 강국들은 조 편성에서 한국을 만나기 싫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월드컵을 보면 우승권 전력을 가진 전통 강호가 2번 시드로 밀려났고, 그 2번 시드로 밀려난 팀과 같은 조에 걸린 팀들은 죽음의 조라고 울상을 짓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실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 1번 포트인 콜롬비아, 우루과이, 벨기에, 스위스보다 4번 포트의 잉글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을 더 무서워했던 국가가 많은데 그 장면이 2015 아시안 컵에서 나타났습니다.

 

아시안컵 포트

포트1 : 호주(개최국), 이란, 일본, 우즈베키스탄
포트2 : 대한민국,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포트3 : 오만, 중국, 카타르, 이라크
포트4 : 바레인, 쿠웨이트, 북한, 2014 AFC 챌린지컵 우승팀

 

조 추첨을 전후해서 아시아 각국의 축구팬들은 최고와 최악의 조 편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2번 포트인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2번 포트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국가로 대한민국을 선택했습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 입장에서는 사실상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보유했다고 자평합니다. 일본이 정상 컨디션만 유지하면 쉽게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한다는 자만 아닌 자만을 하는데,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도 호각이 될 유일한 국가이면서, 체력과 피지컬을 앞세운 스타일에 유독 약했던 일본 입장에선 어떻게 해서라도 한국은 피하는 것이 아시안컵 우승을 최대 과제입니다.

 

이란 역시 한국은 무조건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이란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연승을 거둔 상대이지만 사실 경기내용은 반코트로 밀려 다시 만난다면 이긴다고 확신하기 힘듭니다. 또한, 한국과 이란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 대회를 시작으로 무려 5번 연속 8강전에서 만났습니다. 단판 승부로 4강 진출팀을 가리기 때문에 한국과 이란은 서로 자신들이 가진 최상의 스쿼드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했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파워축구를 구사한다는 양 팀의 맞대결은 누가 이기더라도 체력손실이 커 결국 4강의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한국입장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란팬 입장에서 한국은 이기기 힘든 상대인 동시에 이겨도 상처뿐인 승리라 결국 우승컵을 들어 올릴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지난 19년간 봐왔습니다.

 

포트 1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우즈베키스탄 역시 한국은 무조건 피하고 싶어 하는 국가입니다. 한국과 우즈벡의 역대 전적을 보면 8승 2무 1패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습니다. 그나마 한국에 거둔 1승은 1994년 히로시마에서 있었던 아시안 게임 대회였는데 이날 한국은 수 십개의 슈팅을 퍼붓는 동안 우즈벡의 단 한 차례 역습에 골을 허용하고 0:1로 패했고 그 후 20년간 8승 2무라는 압도적 우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즈벡입장에서 한국은 무조건 피해야 할 가장 함께 하기 싫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아시아에서 함께 하기 싫어하는 왕따가 된 우리 대한민국은 개최국 호주와 중동의 오만, 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편성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톱 시드에서 제외된 것은 자존심 상하는 경우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자칫 한국과 같은조에 걸리는게 아닐까란 생각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 다음 아시안컵에선 1번 포트를 확보하여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AFC 챔피언스리그나 월드컵, 올림픽에서는 늘 아시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던 대한민국, 하지만 아시안 컵에선 1% 부족함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호주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둬, 아시아 왕따가 아닌 아시아 최강의 지휘를 찾아오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