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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리옹전을 통해 본 K리그의 경쟁력

 

 

국내 축구팬들은 K리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분명 아시아에서는 최고의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축구가 약한 아시아 대륙에서만 통하는 안방 호랑이 수준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근거로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 성공한 선수도 있지만,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해 벤치만 전전하는 선수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K리그에서 날고 기어도 유럽 빅리그에서는 2부리그 수준 정도밖에 안되고, 다른 말로 K리그 최고의 팀이라고 해도 유럽에선 경쟁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여기에 반론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론하는 입장인데, K리그에서 기량을 인정받아 유럽에 진출한 선수가 과연 실력이 부족해서 활약을 못 하겠느냐는 질문을 해봅니다.

 

저는 실력부족보다는 유럽 문화의 적응을 못 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 실력만 좋으면 리그 적응도 상관없이 활약한다면 FC서울에서 몇 경기 만에 방출된 무삼파 선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무삼파 선수는 네덜란드에서 연령층 대표를 거쳐 네덜란드 명문인 아약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등 이른바 빅리그의 명문팀에서도 활약한 유럽에서도 성공한 선수였습니다.

 

이런 무삼파 선수는 한창 활약 할 나이인 31살에 FC서울에 입단했지만 2달 만에 방출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무삼파 뿐만 아니라 대전과 전북에서 활약한 아킨슨(EPL 맨시티와 애스턴 빌라) 부산 아이파크의 마스덴(셰필드), 인천의 외잘란(애스턴 빌라) 등 EPL에서도 활약한 선수가 K리그에 진출해서 모두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확률로만 따지면 K리그에서 EPL로 진출하는 게 EPL에서 K리그로 진출하는 것보다 성공 확률이 높았던 것입니다. 반면 K리그에서 방출된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08~2009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에 올랐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로 활약한 "그라피테"선수입니다. 그라피테는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서 선수로 활약했지만 9경기에 출전해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고국인 브라질로 돌아가 활약을 하다가 브라질 대표로 뽑히고, 프랑스를 거쳐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입니다.

 

만약 K리그에서 성공한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것으로 K리그 수준이 낮다고 말한다면 EPL에서 활약하던 3인방이 K리그에서 모두 적응 못 했고, 브라질 국가대표와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한 그레피티가 9경기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이 K리그라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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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설명하고자 하는 말은, K리그에서 유럽에 진출할 정도의 수준이면 이미 축구 실력은 충분히 뛰어난 것이고 현지적응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이지 실력이 떨어져서 성공 못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예로 든 것이 EPL 3인방과 그레피테 입니다. 그들은 EPL에서도 활약했고, 브라질에서도 월드컵 대표를 지내는 만큼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K리그에 적응을 못 했기 때문에 결국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입니다.

 

 

 

-이미지 : 전북현대 홈페이지(전북 전력을 높게 평가하는 리옹 감독)-

 

 

전북현대와 프랑스의 명문 리옹과의 평가전을 본 축구팬들은 하나같이 "전북 잘한다." 이런 반응과 "리옹이 시차 적응 못해서다." 혹은 "2군이 출전해서 의미 없다."라는 말을 합니다. 저 역시 이런 단판 승부의 평가전으로 리그의 수준을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전북현대가 리옹처럼 주전 몇 명이 빠지고 시차 적응도 안된 상황에서 다른 리그의 팀과 졸전을 펼쳤다면 팬들은 뭐라고 했을까요?

 

상대 팀도 베스트 선수가 아니었다. 시차 적응이 문제라고 하지만 상대 팀은 박싱데이에 버금가는 리그 살인일정이라 체력이 떨어진 것은 똑같다는 말을 할 것입니다. (실제 전북도 후반전엔 그동안 경기에 못 뛴 선수가 많이 뛰었고, 전북의 일정은 빡빡했습니다.)

 

리옹전으로 K리그가 프랑스 리그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것은 너무 과장 된 말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전북현대선수들의 패싱력과 개인기입니다. K리그 선수는 유럽처럼 개인돌파도 못 하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 팀인 K리그 선수들의 압박이 뛰어나서 1:1 돌파가 힘들어 돌파보다는 볼 돌리기를 하는 것이고,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패스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게 상대 수비가 부담을 받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미지 : 전북현대 홈페이지-

 

 

오늘 리옹 선수는 K리그 팀보다 압박이 느슨했습니다. 시차 적응이 덜 돼서 체력적인 부담에 당연하지만 이런 느슨한 압박은 공간을 내어주게 되었고, 그 결과 전북 선수들의 공간패스나 1:1 돌파를 허용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이런 친선 경기가 아니라 타이틀이 걸린 AFC 챔피언스리그나 클럽월드컵에 참가한 K리그 팀을 봐도 확실히 K리그에서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K리그 팀은 평소보다 패스 성공률이나 돌파 성공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스시타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짜임세 있는 패싱축구를 구사하는 일본의 j리그 팀들은 인터넷으로 본 j리그의 패스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클럽월드컵에 참가해서도 지난 울산현대가 조금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지 성남과 전북은 세계 강호들과도 맞불작전으로 싸웠습니다. 이번 리옹전 처럼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니라 각 대륙의 챔피언들이 모여서 치르는 클럽월드컵이란 FIFA 주관 공식 대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월드컵 휴식기 기간동안 K리그 팀들은 유럽 팀과의 친선경기가 많이 계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친선 경기의 단판 승부로 누가 강하다는 것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K리그 팀이 유럽팀을 이긴다고 자만하면 안되고 반대로 유럽팀이 승리한다고 해서 K리그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동안 K리그에서 유럽에 진출한 선수나 유럽에서 K리그로 왔던 선수들의 활약상을 볼 때, 그리고 클럽월드컵에서의 아시아 팀들의 성과를 볼 때 아시아 최고의 K리그 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한 리그는 아니라고 주장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