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5일(일), 브라질 월드컵 C조 조별예선 일본 vs 코트디부아르 경기가 있었습니다. 야야뚜레와 드록바라고 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포진된 코트디부아르는 선수 구성만 보면 유럽과 남미의 강호를 위협할 만한 다크호스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상대하는 일본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본은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스시타카로 탄탄대로를 걸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평가전에서는 완벽한 경기를 보이며 강호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월드컵 직전 치러진 4차례 평가전에서는 전승을 거두자 자케로니 일본 감독은 자신 있게 "월드컵 목표는 4강이다." 라는 자신감을 표출했습니다. 4연승 과정에서는 한국과 맞붙는 벨기에도 포함되었습니다.


평가전에서 절정의 기량을 보인 일본은 월드컵 본선에서는 의외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전반 초반 혼다의 득점으로 앞서갔지만, 개인기량과 체력에서 앞선 코트디부아르가 시종 경기 주도권을 쥐고 있었습니다. 후반 들어 드록바가 투입되자 개인기뿐이던 코트디부아르는 드록바를 중심으로 하나의 팀이 되었고 2골을 넣고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평가전 결과가 좋았던 팀으로는 일본과 같은 조의 그리스도 빠질 수 없습니다. 비록 월드컵과 올림픽, 그리고 평가전에서 한국에 연패를 해서 한국팬에겐 그리스가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리스는 2회 연속 유럽예선을 뚫고 월드컵에 진출했으며, 최근 10년간 유로컵 우승과 8강에 진출한 유럽 강호입니다. 평가전만 보자면 유럽에서도 강호로 분류될 법합니다. 2010년 월드컵이 끝나고 총 42회 A매치에서 24승 13무 5패를 기록했습니다. 유럽 예선을 포함해서도 4년 동안 1년에 1번밖에 안 지는 페이스였습니다. (그중 1패는 최근 한국과의 평가전 0:2 패)


이렇게 뛰어난 성적은 결국 피파랭킹으로 보상받으며 12위에 올랐습니다. 이런 그리스도 월드컵 본선에서는 초라했습니다. 시드 국가인 콜롬비아를 상대로 0:3 완패하며 평가전에서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피파랭킹 1위이자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스페인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홈팀인 브라질에 패했지만, 대부분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지난 대회 결승전 상대인 네덜란드에 1:5의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습니다.


반대로 평가전에서 부진했던 팀들이 본선에서 좋은 경기를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일본은 브라질 월드컵에 앞서 평가전 4연승을 기록했다면 남아공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는 4연패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독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역시 대회 직전까지는 이빨 빠진 호랑이라며 평가절하 받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준우승, 일본은 16강 진출(남아공)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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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본선에 도움도 되지 않는 평가전을 하는 것일까요?


월드컵 진출국의 전력을 판단할 때 전문가들은 평가전보다는 선수 구성과 그동안의 경기 스타일을 통한 조직력, 선수들의 컨디션을 판단해서 전력을 평가하고 도박사들은 승리 배당을 책정합니다. 우리나라가 최근 평가전에서 연이은 졸전을 펼치고 알제리가 연전연승을 거두지만 도박사들이나 외신들은 한국이 알제리보단 높은 전력이라고 이구동성이라고 말합니다.

 

 

 

 

평가전은 어디까지나 본선에서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여러 가지 실험도 해보고, 또 선수들의 최상의 컨디션을 본선에 맞추기 위한 워밍업에 해당합니다. 저는 모 프로구단에서 2년간 선수단 매니저로 근무했습니다. 국가대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프로구단에서는 리그 개막이 곧 월드컵 본선입니다. 프로팀들은 리그 개막에 앞서 대학팀이나 외국팀, 어떨 때는 고등학교 팀과도 연습경기를 치릅니다.


물론 프로팀의 승률이 높기는 하지만 대학팀과의 경기에서는 종종 패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객관적인 전력만 보자면 프로팀이 2수 정도 앞서지만, 평가전에서는 대학팀이 프로를 꺾는 이변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프로구단이 전지훈련은 주로 1월 부터 시작되는데 이때는 대학은 중요 대회가 있어서 최상의 컨디션인데 비해, 프로팀은 2월 리그 개막에 컨디션이 올라올 수 있게 조절을 해서 본 실력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프로리그라는 중요 경기에 앞서 평가전에서 최선을 다하다가, 몸 컨디션도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팀이나 선수 개인에게도 큰 타격을 받습니다. 월드컵 때도 똑같습니다. 프로팀이 그렇듯 월드컵을 준비하는 각국 대표팀은 평가전엔 여러 가지 조합을 실험하고,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기에 집중하다가 부상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몇몇 감독들은 평가전에서 너무 열심히 뛰거나 골을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너무 골을 많이 넣으면 상대가 자극을 받아 위험한 태클이 들어 올 수도 있으니 적당히 경기하라는 주문을 내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이렇게 본선을 위한 연습과정인 평가전에서 성적이 좋다면 주변에서 온갖 찬사를 듣게 됩니다. 아무리 언론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해도 100%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힘들어 자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 막상 본선에 가면 그동안 평가전에서 볼 수 없던 상대의 압박과 과격한 몸싸움을 경험하면 선수들은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평가전에 졸전은 오히려 정신무장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대패를 하면 그다음 경기에서는 투혼을 불사르며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98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 패배를 당한 태극전사는 다음 경기인 벨기에와 멋진 경기를 보였습니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체코와 프랑스에 역시 0:5 충격패배를 당했지만 그다음 경기에서는 모두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일본 역시도 2010년 최악의 졸전 끝에 출전한 본선에서는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고, 애초 패스를 통해 경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을 버리고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전술 변화를 통해 그 대회 준우승팀 네덜란드와도 대등한 경기를 보이며 16강 진출에 성공 했습니다.


평가전을 잘한다고 본선에서 무조건 못 하는 것이 아니고, 평가전에서 부진하다고 본선에서 무조건 잘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평가전은 본선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이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이번 평가전에서 여러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비난은 월드컵 끝나고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우리는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Posted by 엔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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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씰롱뽈롱 2014.06.17 15: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은 브라질 월드컵에 앞서 평가전 4연승을 기록했다면 남아공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는 4연패를 당했습니다.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역시 이빨 빠진 호랑이라며 평가절하 받았습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준우승, 일본은 16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06 독일 월드컵 준우승이죠. 잠시 헷갈리신듯^^

  2. 희망고문 2014.06.17 1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아이디 그대로 희망고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대선수들의 면면은 좋으나,
    하나로 된 모습을 볼수가 없었어요~ 홍감독의 ONE TEAM 이 잘 안되고 있다는 뜻...
    만약 행여라도, 러시아를 1:0 이나 2:1로 잡는다면,
    16강에 1승2무정도로 갈수 있을지 싶네요
    지금 중요한것은 ONE TEAM...

  3. leo 2014.06.18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월드컵 쉽지 않다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키플레이어로 불리는 기성용의 자신감 부족입니다. 셀틱시절 전진 패스의 달인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백패스만 하고 있으니 역습시 공격흐름을 깨뜨리기 때문이지요. 또 김창수의 기술부족으로 오른쪽에 구멍이 자꾸 생기는 부분에서 상대팀이 집요하게 파고들어 올테니.. 다만 본선에서 기성용이 자신감을 회복해 셀틱시절의 모습이 나온다면 해볼만 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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