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관련글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지면 모두 약팀?

우리 대표팀을 저평가하는 일부 팬들은 브라질 월드컵 첫 상대인 러시아를 상당히 강한 팀으로 여겼습니다. 유럽예선에서도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조 1위로 월드컵에 진출한 강호라며, 평가전에서 부진을 거듭한 한국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러시아 경기는 팽팽한 경기 끝에 1:1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이근호 선수의 행운의 득점이 있었지만, 경기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주도권에서 러시아를 앞섰으며, 심판 판정은 러시아에 우호적이었습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대등한 경기를 보였으며 제3국 언론에서는 한국이 앞선 경기라는 평가를 했습니다.

 

첫 경기가 끝나자 팬들은 "러시아는 약팀이다.!" 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상대인 알제리가 시드국 벨기에와 맞대결에서 1:2로 패하자 러시아는 약팀이고 알제리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경기 전, 우리는 약하고 상대는 강하다는 주장을 하고, 경기가 끝나고 한국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한국이 강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약했다는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메인화면 캡처-

 

 

2002년 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

월드컵 주최국 자격으로 톱시드를 받은 대한민국, 그러나 비시드권자 최강인 포르투갈을 만나면서 정작 시드권은 우리가 아니라 포르투갈이란 인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당시 북중미 최강인 미국과 유럽의 다크호스 폴란드가 같은 조에 배정되었습니다.

 

당시 전력은 포르투갈은 최강 선수 구성으로 우승후보에 거론되었고,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1위를 확정 지으며 돌풍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지목되었습니다. 공격수 올리사데베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골키퍼인 두덱 까지 탄탄한 선수층과 조직력은 일각에서 8강 급 전력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월드컵 개최국은 모두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지만 우리는 사실상 월드컵 1승도 거두기 힘들다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는 생각에 유럽의 복병 폴란드를 이길 수 있을까란 의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초반은 폴란드가 주도권을 쥐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는 안 되는가란 좌절을 느낄 때 홍명보 선수가 폴란드의 두덱 골키퍼 간담을 서늘케 하는 중거리 슛이 나왔고, 이후 분위기는 급속히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자신감을 찾은 태극전사들은 이후 황선홍과 유상철의 연속골로 폴란드에 2:0 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우리가 잘한 것도 있지만 우려했던 만큼 폴란드가 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직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기에 일단은 넘어갔지만, 당시 우리 대표팀 수준이면 폴란드가 아니라 누가 와도 두렵지 않은 강호였습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2006년 토고전.

2002년 4강의 영광을 재연하고자 야심차게 출발한 아드보카트호는 첫 경기에서 토고를 만났습니다. 경기 전부터 내부 불협화음에 그동안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났던 상대 중 역대 최약체를 만났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는 2:1로 우리가 승리하며 2002년 폴란드전에 이어 개막 2연승을 거뒀습니다. 이후 토고는 스위스와 프랑스에 연이어 패하며 3전 전패로 탈락했습니다.

 

이날의 평가는, 우리 대표팀이 잘해서 토고를 이긴 게 아니라 토고가 너무 약팀이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 축구팬들의 공통된 기억일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토고는 아데바요르라고 하는 확실한 공격수가 있었고, 경기력도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뛰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토고에 오히려 먼저 실점하며 경기를 끌려갔고, 토고의 중앙수비수가 박지성에게 가한 위험한 태클로 퇴장당하며 이후 주도권을 우리가 쥐며 역전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퇴장당하기 전과 후의 토고는 너무 달랐습니다. 만약 11대 11의 싸움이 계속되었다면 과연 우리가 역전 시킬 수 있었겠느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상적인 토고는 약하지 않았습니다.

 

토고 입장에서 2차전은 스위스였습니다. 한국전에 이어 스위스 전에서도 토고의 초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아데바요르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며 스위스 문전을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주심의 편파판정에 인해 2차례 골과 다름없는 상황이 묵살 되었고, 이후 토고는 급속히 흔들렸습니다. 주심의 일방적인 스위스 편들어주기와 한 번도 아닌 두 차례 득점과 연관있는 편파판정을 받은 토고 선수들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고 이후 스위스에 2실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경기 한국전에서 퇴장이, 두 번째 스위스전에서 편파판정이 나오기 전까지의 토고는 충분히 아프리카 대표다운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팀은 엉망이었지만,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것처럼 경기력조차 엉망은 아니었습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2010년 그리스.

우리가 아테네 올림픽에서 홈팀 그리스를 상대로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이며 무승부를 거뒀고, (사실상 경기는 우리가 지배 했죠) 국가대표 간 역대 전적도 1승 1무로 앞서 있어서 그리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의 맞대결도 우리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2:0 완승을 거뒀습니다. 2002년 이후 월드컵 첫 경기 3연승을 기록하는 순간입니다.

 

처음부터 1승 제물로 생각했지만, 너무 일방적인 경기여서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것도 있지만, 그리스가 너무 약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에 승리 했고, 유로컵 우승을 거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전력을 살펴보면, 유럽 최고 수준의 수비조직력을 보이며 막강한 수비를 자랑했습니다. 공격적으로 보자면 06~07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한 게카스가 그리스 공격을 책임졌습니다. 2010년까지는 거의 최고 컨디션인 게카스가 공격을 책임지고, 유럽 최고 수준의 철벽 수비를 자랑하던 게 당시 그리스였습니다.

 

상대가 약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위에 있는 손가락을 클릭해주세요.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그리고 2014년 러시아전입니다.

폴란드와 토고, 그리스와 러시아까지 우리가 이기거나 좋은 경기를 보였던 경기는 상대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렵다는 월드컵 예선과 복병의 대륙 아프리카 예선을 뚫고 올라온 팀이면 이미 뛰어난 실력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태극전사들은 2002년 이후 매 대회 1승 이상 성적을 거뒀고, 지난 3개 대회에서 4강과 17위, 16강 등 유럽 강호들에 뒤지지 않는 성적을 얼렸습니다.

 

겸손한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우리가 이룩한 성과는 자랑해도 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대표팀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