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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업적은 인정해야 된다.

-afc 이미지 참고-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었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티켓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 축구는 약속의 땅 도하에서 홈팀 카타르에 패하며 3위 우즈벡에 승점 1점만 앞선 불안한 2위를 유지하며 남은 2경기에서 큰 부담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변화가 필요한 축구협회는 최종예선 중 감독 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냈고, 축구팬들은 소방수로 선택될 감독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축구팬들이 원하는 인물은 U20 대표팀을 이끌던 신태용 감독입니다. 성남에서의 지도력과 홍명보 감독 퇴임 후 대표팀 지휘봉을 임시로 잡았을 때 경기력, 그리고 갓 임명된 슈틸리케호의 수석 코치로 보였던 능력이 축구팬들에 큰 어필이 되었습니다.


반면 축구협회는 넌지시 허정무 감독을 물망에 올려놓은 분위기입니다. 최종예선을 2경기 남겨놓은 상황에서 당장 급한 불을 꺼줄 경험과 원정월드컵 16강이라는 업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최근 대선이 끝나서 그런지 정치판으로 현 상황을 생각해보면 팬들 입장에선 최근 국가대표 감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으니 개혁을 원하는 진보성향이 강합니다. 뭔가 변화가 없이 비슷한 성향의 감독이 온다면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반면 축구협회는 보수입니다. 위기인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바꾼다면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보성향의 축구팬들은 보수파가 내건 대선후보 허정무 감독을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블로그를 통해서 우리나라 대표팀 감독을 계속 지지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세뇰 귀네슈" 귀네슈 감독이 아니면 다른 누가 되든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누가 감독이 되든 그 이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자 입장입니다.


관망자 입장에서 허정무와 신태용 감독을 놓고 보면 허정무 감독에 대한 축구팬들의 색안경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단점은 많습니다. 이 글을 축구협회 직원이 읽는 것도 아닐 테고, 팬분들께서 읽으실 테니 허정무 감독 단점을 제가 말하지 않아도 많이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부분은, 허정무 감독을 비난하기 위해 그가 이룬 업적까지 폄하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이 업적은 누가 뭐래도 허정무 감독의 공입니다. 당시 축구팬 여론은 이른바 "양박쌍용" 이라고 불리는 최강의 스쿼드로 감독의 능력이 아닌 박지성 능력과 선수들 능력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상당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아시아에서나 양박쌍용이지 사실 월드컵 진출한 국가치고 이정도 선수도 없는 국가를 찾기도 힘듭니다. 특히 16강 진출한 나라에서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 없는 국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 상대는 그리스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가 1승 제물로 삼았던 국가고 실제로 우리 태극전사는 경기를 압도하며 2:0 완승을 거뒀습니다.


당시 경기를 떠올려보면 선수들 기량도 좋았지만, 전술적인 성공도 있었습니다. 전술은 당연히 감독 몫이고, 선수들 컨디션 유지도 감독이 일정관리를 잘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팬들은 "선수빨로 이겼다!" 라며 애써 폄하 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미지-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당시 그리스 선수들을 살펴보면, 과연 우리가 선수빨로 이길 정도로 그리스 선수들이 약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엔 박지성이 있다면 당시 그리스엔 '테오파니스 게카스'가 있었습니다. 게카스는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을 차지했고 유럽예선에서 최다 골을 넣은 절정의 공격수입니다.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이자 유럽예선 최대 득점자인 게카스가 박지성보다 절대 뒤처질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또한 양박쌍용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성용 팀 동료인 "게오르기오스 사마란스"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기성용을 패스 마스터라고 찬양했지만, 당시 소속팀 셀틱에서는 선발과 주전을 오가던 선수였습니다. 반면 사마란스는 셀틱에선 주전 선수지만 그리스 국가대표에선 선발보단 교체 출전이 많던 선수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는 절대로 우리나라가 선수빨로 이길 수 있던 팀은 아닙니다. 당시 그리스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출전권을 획득했던 피파랭킹 13위 국가였습니다. 소위 꿀조 라고는 하지만 8승 1무 1패의 기록으로 유럽 최종예선을 뚫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미지-



또한,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야쿠부 선수의 "니가가라 16강슛" 아니었으면 우린 16강 못 갔을 것이란 말도 많습니다. 하지만 스포츠엔 가정이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16강 우루과이전에서 이동국 선수의 "카페베네 슛" 만들어갔다면 우린 8강 진출도 가능했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은 한국 기준 역대 최고 스쿼드는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기준이지 월드컵 진출한 국가치고는 약하면 약했지 절대 강한 스쿼드는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16강 진출팀 중에선 절대 스쿼드로 자랑할 수준이 아닙니다. 선수들 컨디션이 좋았다거나 전술이 좋았단 것은 모두 감독의 공이고, 원정월드컵 16강은 허정무 감독의 업적입니다.


허정무와 신태용 두분 중 한분을 택하라면 저는 신태용 감독에 조금 더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귀네슈가 아니면 누가 되든 관망자 입장입니다. 허정무 감독을 반대하려면 반대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공과 과 는 엄격히 구분해서 공은 인정하지만, 과를 언급하거나 아니면 신태용 감독이나 다른 후보군의 감독 장점을 언급하면서 지지하면 좋겠단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