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관련글

유럽축구 근본부터 배우자.




4년을 기다린 월드컵에서 우리는 1명 빠진 벨기에마저 꺾지 못하고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쓸쓸히 마감해야 했습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AFC 소속 4국 모두가 단 1승도 거두지 못 한 체 3무 9패의 초라한 결과를 기록하며 아시아 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아시아 축구는 급속히 발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과 일본의 16강, 2006년 비록 당시엔 오세아니아 소속이었지만 히딩크가 이끄는 호주의 16강 진출과 아쉽게 16강 진출엔 좌절했지만, 준우승팀 프랑스와 무승부를 거두는 등 승점 4점을 기록한 대한민국,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한국과 일본 경기력은 아시아가 더이상 축구 변방이 아님을 알리는 듯했습니다.


박지성과 이영표, 손흥민으로 대표되는 한국 선수와 나카타, 카가와의 일본선수 역시 유럽 명문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2014년 한층 더 성장한 아시아 축구를 기대했습니다.





저마다 부푼 꿈을 안고 출전한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시아팀은 과거에 비해 조금 발전했다고 자만에 빠졌습니다. 한국의 경우엔 가장 기본이 되는 감독 선임 문제를 시작으로 선수 선발이나 여러 가지에서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란의 경우는 극단적인 수비전술만 보이며 처음부터 16강 진출엔 관심 없고, 대패나 당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대회에 임했습니다.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인 호주조차도 세대교체에 소홀하며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심한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우수한 선수진과 평가전에서 보인 경기력은 분명 다크호스로 불릴만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만이었고 상대 팀 파악에 소홀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회전 일본 자케로니 감독은 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한다고 했고, 몇몇 선수는 4강이 아니라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고 장담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일본 팬들은 환호했고 조 편성까지 좋아서 내심 8강 정도의 일본 최고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AFC 대표 4국은 모두가 일장춘몽이었습니다. 아시아 팀은 12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체 3무 9패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모두가 조 최하위에 올랐습니다. 98년 이후 역대 최악이라는 우리 대표팀 성적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다는 것은, 아시아 축구가 세계 정상과 얼마나 멀어졌는지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16강 탈락으로 큰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알제리전이 끝나고 벨기에전이 끝날 때까지 인터넷 각종 게시판에는 축구 대표팀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글들로 대부분의 게시판이 도배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이때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스페인의 사진 한 장이 게시판에 흘러들었습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스페인은 충격적인 2연패로 1호 탈락팀이 되었습니다. 우승후보로 불리던 스페인의 이러한 몰락은 세계 축구팬에게 충격을 줬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페인 대표선수단이 조국으로 돌아가서 어떤 비난을 받느냔 걱정 아닌 걱정을 해줬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용서를 구하지 마세요. 우린 이미 당신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라는 문구를 삽입한 사진과 2008 유로컵 우승과 2010 월드컵 우승, 그리고 2012 유로컵 우승으로 스페인 대표팀으로 스페인 국민들이 얻은 기쁨은 이미 충분히 즐거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자국팀 탈락으로 비난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저런 생각을 하고, 또 언론에서 대서특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과연 축구선진국은 뭐가 다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잘했다고 모두가 열광하다가도 단 한 번 잘못하면 역적이 되는 대다수의 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유럽축구를 근본을 배워야 할 것은 대표선수가 잘하려면 근간이 되는 프로축구나 유소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좋은 씨를 뿌리고, 그 씨의 관리를 해줘야 좋은 수확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축구 강호들은 모두 하루아침에 우수 선수들이 등장해서 월드컵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유소년을 육성해서 피라미드 형식으로 실력 좋은 선수만 살아남아 고학년으로 올라가고, 성인이 되어서는 최고 선수만이 프로에 입단합니다.


이렇게 프로선수가 되면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줘서 선수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대부분 경기는 TV에서 생중계됩니다. 잉글랜드의 경우 몇몇 팬들은 잉글랜드의 월드컵 1승보다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팀의 리그 1승이 더 좋다고 말할 정도로 프로축구가 그 지역민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유소년 선수들과 프로축구 열기가 있다면 국가대표도 자연스럽게 강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팬들로부터 프로축구에 열성을 보여달라는 것도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축구만 좋아하라고 강요 할 순 없습니다. 98월드컵이 끝나고 팬들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돌아가는 인원이 수천 명에 달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2002년 이후 월드컵을 타인과 함께 즐기기 위해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모였습니다.





이 말은 축구라는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팬들은 오지 마라고 해도 경기장으로 몰려든다는 것입니다.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 그리고 각 프로팀은 월드컵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팬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안일한 생각과 기업구단은 그냥 회사 홍보에만 열중하고, 시민구단은 정치인들의 실적 과시용으로 사용되면 절대로 인기를 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축구계에서 칭찬해줄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보다 앞을 보고 유소년 선수들의 집중 투자가 그것입니다. 한해 1천억 원을 움직인다는 거대 단체인 축구협회는 수익 상당수를 유소년 육성에 쓰고 있으며 프로축구 연맹도 제도적으로 유소년 육성의 시스템을 내놨습니다. 여기에 각 프로구단은 협회에서 지원받는 금액과 자신의 팀에서 따로 자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유소년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으로 아시아축구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8년을 위해서 국가대표 23명만 잘하는 선수를 만들 것이 아니라 유럽의 축구 선진국처럼 팬들은 한결같은 응원을 보여주고, 축구인은 그런 한결같은 응원을 받을 수 있는 행정처리를 하길 바랍니다.


16강 진출이 좌절된 스페인은 유로컵과 지난 월드컵에서의 성과로 용서를 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우리 태극 전사들도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과 2010년 첫 원정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룩했고, 많은 국민이 기뻐했습니다. 몇몇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일단 지난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우리를 기쁘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많이 기대했지만 1무 2패라는 저조한 성적과 기록보다 더한 실망스러웠던 경기력,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많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 그렇지만 지금 가장 힘들고 아픈 사람은 제가 아니라 선수단일 것입니다.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 선수가 되라고 말하는 것보다 저 먼저 스페인 언론처럼 꾸준한 지지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이고자 합니다.





태극전사 여러분 용서를 구하지 마세요. 이미 2002년과 2010년 그리고 2012년 당신에게 많은 빚을 졌습니다. 정말 사과하고 싶다면, 지금 이 슬픔을 기억해서 더 발전된 모습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