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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관련글

박항서 감독이 선수에게 준 세뱃돈 얼마일까요?

- 전지훈련중인 축구 선수들-

 

민족의 대명절 설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고향에 가서 친인척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모두 들뜬 마음일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말투였나요^^? 하지만 이런 교과서적인 내용의 말투에 예외로 속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시즌을 끝내고 짧은 휴식을 마친 축구 선수들은 다음 시즌을 위해 지금 한창 전지훈련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선전을 위해 브라질과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축구 대표팀처럼 각 프로구단 역시 전지훈련지에서 대표팀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 중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난다고 들떠있지만 선수들은 묵묵히 평소와 다름없는 훈련을 할 것이고 설 당일 때에 따라 각자 휴식이 주어지겠지만, 거리상의 문제로 대부분 동료 선수들과 조촐한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오늘도 열심히 훈련중인 선수들 복 많이 받으라는 의미에서 클릭 부탁드려요.ㅎㅎ

 

 

전지훈련지에서 보통 명절이 되면 대부분 설 당일은 하루 휴식을 취하고, 희망자에 한해서 차례도 지냅니다. 숙소에 미리 말을 해서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외국에 있을 경우는 차례상에 열대과일이 오르는 해프닝도 있고, 국내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차례문화가 많이 달라 조상님들께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ㅋ(저는 내륙지방에 있는데 제주도에서 해산물로 차례를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쓸때 언론에서 나온 내용이 아닌 제 개인적으로 알게 된 내용에 대해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설 특집으로 이번엔 특별히 언급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용도 나쁜 내용이 아니기에..

 

 

 

-제주도 전지훈련때 찍은 제주월드컵 경기장-

 

2012년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떠났습니다. 매일 숙소와 훈련장을 반복하며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이때 박항서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고향에 못 가는 선수들이 있으니 차례상 준비라도 해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호텔 지배인과 상의를 하고 가격조율을 거쳐 차례상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얼마후 감독님께서는 또 고민에 빠지셨습니다.

 

"설날이니 선수들한테 세뱃돈이라도 줘야 하는데... "

 

"그렇다고 수억 원의 연봉을 받던 선수들도 있는데 만 원짜리 줄 수도 없고..."

 

"금액이 커지면 50명에 육박하는 선수단 세뱃돈이 내 월급보다 더 커질 수 있으니..."

 

 

제가 곁에서 본 박항서 감독님은 상당히 치밀하시면서 또 가끔 센스가 넘치시는 분입니다. 저는 내심 과연 세뱃돈이 얼마가 될지 궁금해하며 차례상 준비와 또 차례상 상차림, 진행방식에 대해 인터넷으로 공부 했습니다. 집에서는 막내아들이라 차례상 차림은 항상 사촌 형이나 친형의 몫이었기에 여기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어서 어리둥절했지만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할 때쯤, 이윽고 설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호텔에서 준비한 차례 음식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저는 음식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홍동백서" 빨간 건 동쪽 하얀 건 서쪽.... 우왕좌왕하며 세팅이 끝났고 차례를 시작하는데 하나같이 어설펐고, 다행히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은 절실한 기독교인들이라 차례를 안 지내셨던 분들이고 그래서 제 실수를 아무도 모르셨습니다. 그래도 40명이 넘는 선수들이 있어서 차례 방식을 제대로 아는 선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전북현대의 모 선수가

 

 "형~~ 이거 이렇게, 저거 저렇게 하시면 되요~^^"

 

조용조용히 옆에서 하는 법을 알려줘서 큰 사고 없이 차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모두가 기다렸던 세배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기독교 신자이신 감독님은 절을 받진 않았지만 그냥 모두가 모여 인사를 하면 한 명씩 찾아가서 봉투를 건네줬습니다. 저도 세뱃돈 봉투를 받았습니다. 두께를 보니 두껍지 않았습니다.

 

"혹시 자필 편지를 쓰셨나??" (감독님께선 자필편지로 선수들 감동시켰던 적이 몇 번 있으셨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아무도 안 볼때 살짝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봤습니다.

 

그리고 감독님의 센스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당시 받은 세뱃돈 꺼내서 사진 찍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주신 세뱃돈은 다름 아닌 미국 돈 2달러였습니다.

 

2달러는 당시 환율로 3천원 정도의 금액으로 50명이라고 해도 15만 원 내외입니다.

 

그리고 2달러는 미국에서 행운의 지폐로 통합니다.

 

미국인들은 지갑에 2달러를 넣고 다니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어 지갑 속에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으며 2달러를 포장하여 선물로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감독님께선 적은 금액으로 의미까지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세뱃돈을 선택하신게 아닌가란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이번 설에도 깜짝 선물로 2달러를 준비하셨는데 이 글 때문에 받을 사람들이 미리 알아차리면 어쩌나 생각이 들지만, 제가 축구단에서 경험했던 일들을 응답하라 시리즈로 시간이 날 때마다 쓰려고 하는데 설날에 맞게 쓰려고 준비했던 이야기라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추억시리즈 1편 응답하라 1994)

 

그때 세뱃돈으로 받은 2달러는 지갑속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고이고이 간직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운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글을 쓰다 보니 추억시리즈 2편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