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2라운드가 진행된 가운데, 홍명보 감독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첫 경기에서 러시아를 만나 좋은 경기를 펼치며 1:1 무승부를 거뒀는데, 이날 태극전사가 보인 뛰어난 경기력에 알제리를 꺾고 16강 진출이 가까워지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의 두 번째 상대 알제리는 H조 최강으로 꼽히는 벨기에를 상대로 선전을 보였지만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홍명보호에 알제리는 승점 3점의 제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치러진 H조 2라운드,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꼭 승리가 필요하던 양 팀은 전반 초반부터 치열한 공격 축구를 펼쳤습니다. 서로 공격축구를 한다지만 사실 전반은 한국축구 역사상 손꼽히는 졸전으로 기록될 시간이었습니다. 알제리가 3골을 넣을 동안 우리는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후반 들어 투지를 불사른 홍명보호의 태극전사들은 2골을 따라 붙었지만, 실점도 기록하여 2:4로 패하며 1무 1패로 승점 1점에 그쳐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H조 중간 순위는 2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벨기에와 1승 1패의 알제리, 그리고 나란히 1무 1패를 기록 중인 한국과 러시아가 골 득실로 3위의 러시아(-1) 4위 대한민국이(-2) 되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3라운드에서 벨기에를 제외한 한국, 러시아, 알제리가 1장의 카드를 놓고 경쟁을 벌입니다. 우리가 16강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자력은 불가능하고, 우리는 벨기에에 2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두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1점 차로 이겨야 합니다. 만약 알제리가 승리 한다면 벨기에와 함께 2승을 기록하며 한국전과 관련 없이 16강 진출을 하게 되므로 러시아는 최소한 무승부를 거둬 우리와 알제리의 골 득실 대결로 몰고 가야 합니다.


우리가 2골 차 승리를 거두고, 같은 시간 벌어지는 다른 경기에서 특정팀이 승리를 거두면 안 되는 상황...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어린 학생이나 젊은 축구팬들에겐 희미하겠지만, 예전부터 축구를 봐왔던 팬이라면 93년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도하의 기적"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와 2006년 호주의 AFC 편입으로 아시아 월드컵 티켓이 4.5장으로 늘어났지만 94년 미국 월드컵 때 아시아에 배정된 티켓은 2장에 불과했습니다. 아시아 예선은 1~2차로 나눠져 처음 1차 예선에서는 6개 조를 나눠 각 조 1위 6개 팀이 2차전에 진출하고, 이들은 풀리그를 통해 상위 2개국이 월드컵에 진출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는 손쉽게 1차 예선을 통과했지만 2차 예선의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초반 앞서가며 1장의 티켓을 확보하는 듯 보였고 남은 1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경합을 벌이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2차 예선을 2경기 남은 상황에서 맞붙은 한국과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월드컵 진출에 7부 능선을 넘은 것과 마찬가지였고, 반대로 패하게 된다면 브라질 월드컵의 한국과 같이 자력 진출이 불가능하고, 같은 조의 다른 경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후반 15분, 당시 골 넣는 기계로 불리는 일본 최고의 공격수 미우라에 결승골을 내주며 뼈아픈 패배를 당했습니다. 마지막 북한전을 앞두고 1승 2무 1패 (6득점 4실점)으로 2승 1무 1패(5득점 4실점)를 기록 중인 일본에 승점 2점이 뒤졌습니다. 우리가 월드컵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2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두고, 일본과 상대할 이라크가 일본에 최소한 무승부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가 마지막 벨기에를 최소한 2점차 이상으로 꺾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잡아주길 바라는 것과 100% 일치하는 상황입니다. 

 

 


93년 카타르에서는 반드시 대량 득점을 거둬야 하는 우리 대표선수는 전반을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습니다. 그러나 후반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고정운, 황선홍, 하석주가 후반 4분, 8분, 30분 연이어 득점에 성공하며 우리가 해야 할 미션을 완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3:0으로 이기고도 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 벌어진 일본과 이라크전에서 일본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 45분이 지났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침울한 체 경기장을 빠져나올 때 벤치에서 환호의 소리가 들렸고, 선수들은 직감적으로 우리가 본선에 진출했음을 느끼며 환호했습니다. 1:2로 뒤처진 이라크는 종료 30초를 남기고 얻은 코너킥에서 극적인 동점 골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결과는 2승 3무의 사우디가 조 1위, 우리 2승 2무 1패(9득점 4실점)로 같은 승점을 기록한 일본에(2승 2무 1패, 7득점 4실점) 골 득실 2점을 앞서며 극적인 월드컵 티켓을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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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홍명보 감독은 선수로 도하의 기적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같이, 우리 힘으로는 16강 진출을 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도움이 있어야 하고, 또 러시아가 알제리에 너무 많은 득점을 기록하면 우리가 벨기에를 잡는다고 해도 골 득실에 밀릴 수 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경우의 수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지 말고, 93년 선배 태극전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남은 벨기에전만 생각하고 그 경기만 집중하여 후회 없는 경기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16강을 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습니다. 세월호와 군부대의 어수선한 사건사고로 우리 국민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실의에 빠진 우리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꼭 승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우리는 박수 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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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엔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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