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에 있어서 2010년은 사상 첫 대한민국 대표팀을 격파하는 의미있는 한해였을 것입니다. 한번도 이긴적 없는 상대를 무려 3:0으로 대파한 중국은 공한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한층 들뜬 축제의 분위기를 맞았지만, 그러나 당시의 승리로 중국은 공한증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더 극심한 공한증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 2010 AFC챔피언스리그 성남과 베이징의 경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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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대회에서 한국을 3:0으로 완파한 이후 한국과 중국은 AFC챔피언스 리그에서 8차례와 아시안게임에서 1회등 총 9번의 맞대결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국은 중국팀과의 맞대결에서 9전 전승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성남 3-1 베이징, 수원 2-0 허난, 전북 2-0 창춘. 포항 1-0 루넝, 전북 1-0 창춘, 포항 2-1 루넝, 성남 1-0 베이징, 수원 2-0 허난, 대한민국 3-0 중국)
동아시아 대회이후 9경기에서 한국은 9전 전승에 17득점 2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공한증 극복이라며 흥분했던 중국축구계에 어느때보다 극심한 한국공포증이 심어주었습니다. 중국은 축구에 있어 최대 고민중 하나라던 공한증을 극복한 이후 왜 이렇게 한국에 무기력해졌을까요?
사실 중국은 동아시아 대회의 승리로 공한증을 극복했다는 것은 단지 눈속임에 불과 했습니다. 중국 대표팀이 승리를 거둘 당시 대한민국 선수구성은 주력멤버 대부분이 빠진 상황이었고 동아시아 대회가 아닌 남아공 월드컵을 목표로 모든 것을 맞췄던 팀입니다.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 상황이었고 일본 역시 홈에서 중국에게 무기력한 경기끝에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반면 중국은 월드컵 진출이 좌절되어 동아시아를 목표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고 한국과 일본이라는 아시아 최강국을 꺽어 자존심을 지키고자 잔뜩 벼르던 상황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 대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당시엔 차라리 이름없는 평가전 보다 더 무의미했던 경기였습니다. 평가전은 최소한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팀을 고를 수 있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전혀 상대할 가능성이 없는 아시아권 팀과 경기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시간낭비였습니다.
즉 중국이 태극전사의 유니폼을 입은 상대에게 사상 첫 승리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한국입장에서 어떠한 의미도 두지 않는 상황에서 잔뜩 벼르던 중국이 이겼던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 경기로 공한증을 깬 것은 맞지만 이후로는 더 큰 공한증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2010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객관적 전력에서 한수 아래였던 중국은 선수나 감독이 각종 인터뷰를 통해서 더이상 한국이 두렵지 않다는 말을 자주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한국을 꼭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발언으로 언제부턴가 중국축구에 있어 한국을 꺽는다는 것은 희망이 되었습니다. 중국에 있어서 한국은 져도 본전이고 이기면 영웅이 되는 알짜배기 상대였고 반대로 한국은 중국에게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역적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중국에게 패배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무패역사가 오히려 한국선수에게 큰 압박을 주었습니다. 혹시 내가 중국에게 첫 패배를 당하는 불명예를 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고, 때문에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한 골만 넣으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중국에게 거둔 승수가 모두 16승인데 그중 11번이나 한점차 승리였다는 것을 봐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중국에 공격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동아시아 결과로 인해 한국은 중국에게 패한다고 큰 역적이 되거나 중국 역시 한국을 이긴다고 영웅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은 한국선수에게 있어 중국에게 첫 패배를 당하는 불명예로 부터 자유로워서 훨씬 부담없는 경기를 펼치게 되었고, 반대로 중국은 한국을 이겨서 영웅이 되겠다는 목표의식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그 결과 비록 국가대표 경기는 아니지만 이후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경기에서 전패를 기록했고 홈에서 펼처진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어떠한 위협도 주지 못한체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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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경기대회 이후 양팀의 실질적인 대표팀의 경기는 없었지만 당분간 한국이 상대할 중국팀은 한국을 이겨봤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하겠지만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넘어간다면 과거처럼 1점차 패배가 아닌 아시안게임처럼 대패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졌고, 한국의 대표팀은 혹시 내가 뛰는 경기에서 처음으로 중국에게 패하는게 아닐까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좀더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징적인 공한증의 역사는 2010년으로 끝났지만 실질적인 공한증은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지속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중국축구의 발전도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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