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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월드컵 개막 직전 우리나라 열기

세계는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 열광합니다. 그러나 그런 올림픽보다 규모가 2배나 큰 스포츠 이벤트가 있습니다. 바로 축구 월드컵입니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50여 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4월 24일 : 브라질 월드컵 개막 d-50)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여느 월드컵과 달리 너무 조용합니다. 제 기억 속에 월드컵 지역 예선까지 포함하면 첫 번째로 기억나는 대회는 98프랑스 월드컵입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당시엔 2002년 월드컵 주최국으로 엄청난 열기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도 2002 월드컵 개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일본과 같은 조에 배정되었고, 도쿄대첩에서의 역전승은 마치 월드컵 본선에서의 첫 승에 버금가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성장과 3.5장에 불과한 아시아 티켓 획득에도 장담 못 한다는 여론 속에서도 압도적 성적으로 월드컵 진출을 조기 확정짓습니다. 당시 대표팀 감독인 차범근은 일약 국민적 영웅이 되었고, 지금 FC서울의 감독으로 있는 최용수는 독수리란 별명을 얻으며 최고의 인기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월드컵 개막 50일 전, 우리나라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이라는 유럽 정상권 팀과의 경기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보이며 세계무대에 자신감을 얻었고, 아시아 예선에서 보인 공격력은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달성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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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인 멕시코전에선 사상 첫 선취 득점을 기록하며 1:0으로 앞서 갔으나 선취 득점의 주인공 하석주가 골을 넣고 얼마후 백태클 퇴장을 당하며 내리 3골을 내줘 1:3 역전패를 했습니다. 이후 히딩크가 이끄는 네덜란드에 대패하고 벨기에와 감동적 혈투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프랑스 월드컵은 끝났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을 맞이합니다. 당연히 열기는 사상 최고였습니다. 그동안 월드컵 개최국은 모두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우리나라는 16강은 고사하고 1승도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미국,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로 이어지는 평가전에서 선전으로 월드컵 직전 대한민국은 온통 축구에 대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월드컵 개막 D-50. 당시 히딩크 감독은 우리나라 경기력에 찬사를 보내는 언론과 팬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16강 가능성은 50%다." 16강 진출에 자신했던 우리나라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히딩크 감독은 다시 말합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하루에 1%씩 높여 월드컵이 개막하는 6월이 되면 100% 전력을 만들겠다." 그리고 히딩크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미지 : MBC 진짜 사나이 꼭짓점 댄스 방송 장면 캡처-

 

 

2006년 독일 월드컵, 2002년 여운이 남아서인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최근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나 크레용팝의 빠빠빠 춤이 있었다면 2006년엔 김수로의 꼭짓점 댄스가 있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2002 오~ 필승 코리아의 뒤를 이을 응원을 생각하다가 김수로가 예능에 나와서 제안한 꼭짓점 댄스가 붐을 일으켰습니다.

 

독일 월드컵은 조 편성도 좋았습니다. 톱시드엔 당시 이빨 빠진 호랑이로 평가받던 프랑스와(2002년 예선 탈락과 세대교체 실패로 톱시드 최약체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준우승 차지.) 유럽 국가 중 해볼 만하다는 스위스, 그리고 독일월드컵 참가국 가운데 최약체 중 하나로 평가받던 토고까지, 역대 최고의 조 편성으로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바라며 국민들은 2002년 연장선으로 보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이미지 :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열기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2000년 허정무 감독 이후 10년 만에 다시 국내파 감독이 정식 지휘봉을 잡으며(김평석, 박항서, 김호곤, 박성화 감독은 모두 감독 대행) 히딩크 감독이 아닌 국내 감독으로 16강을 노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고, 축구협회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줍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끝남과 동시에 파라과이, 호주, 세네갈, 덴마크, 세르비아 등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경쟁력 있는 팀들과 연속된 평가전을 계획했고, 이후에도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 그리고 일본이라는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도 평가전을 치릅니다. 특히 월드컵 직전엔 유럽에서 당시 세계 최강 스페인과도 평가전을 치르며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는 강팀을 상대하는 국가대표팀을  마치 프로축구를 보는 것처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엔 맨유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박지성과 이영표, 그리고 양박쌍용으로 불리는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자칭 역대 최고의 스쿼드라며 한껏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조 편성 역시 톱시드인 아르헨티나만 조심하면 충분히 16강이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6강에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미지 : FIFA 홈페이지, 브라질 월드컵 조편성-

 

 

이제는 브라질 월드컵입니다. 월드컵 개막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와 비교하면 열기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처럼 월드컵 유치의 열기도 없고, 박지성, 이영표라는 세계적인 선수도 없습니다.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변변한 평가전도 없으며 아직 선수 구성을 놓고도 갑론을박하며 하나 되지 못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적인 슬픔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힘들수록 강해지는 민족성을 지녔습니다. 94월드컵 때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이라크가 종료 직전 일본에 골을 넣는 도하의 기적으로 월드컵에 진출했고 당시로써 최고의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98월드컵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에 0:5 참패를 당하고 대회 도중 차범근 감독의 경질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탈락을 확정 지은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이임생의 눈물의 붕대투혼을 보이며 무승부를 거두는 감동을 봤습니다.

 

2002년 역시 대회 직전까지 파워프로그램이란 체력 강화 훈련에 개최국 사상 첫 조별예선 탈락할 것이란 비아냥에도 결국 4강 기적을 이뤄냈으며 2006년과 2010년 역시 각종 어려움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지금은 여느 때 같은 월드컵 열기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 월드컵 직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온 국민이 월드컵에 열광할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이때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닌 국민들에게 다시 웃음을 찾아주는 역할을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기는 것도 좋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 기대합니다.